웃음을 주겠다는 마음

by 레빗구미

어른, 특히 30대로 접어들어서는 점점 웃는 일이 적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때도 나는 그렇게 많이 웃는 아이는 아니었다. 물론 밝은 아이였지만, 늘 뭔가에 위축되어 있어서 소극적이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받거나, 놀 때는 정말 많이 웃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뭔가 작은 것을 받거나, 작은 일이 있어도 쉽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한다. 전반적으로 자라온 환경이 불행했다고 하더라도, 몇몇 순간들은 정말 해맑게 웃었던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유년 시절의 기억은 뭔가 아련한 느낌이 든다.


내 자신 없고 소극적인 마음은 대학교를 가서도, 직장에 들어가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하고 10년이 지났지만 일부 적극적인 모습과 자신감이 보이긴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자신 없고 소극적인 나 자신이 숨어있다. 뭔가 일이 잘 풀릴 때도 내 마음속에는 늘 '이건 내가 아니야', '운이 좋았어' 라며 자만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나 자신을 억누른다. 그래서 늘 자신이 없어 보이고 뭔가 확신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또 웃음도 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나를 어려워한다. 실제로 말을 트기 시작하면 그런 생각들이 없어진다고는 한지만,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늘 어렵다.


아내를 만나고 나서는 늘 의심을 가졌다. '나를 좋아한다고?', '내가 잘생겼다고?'라는 생각을 하며.. 아내는 늘 내가 제일 멋지고, 능력이 있다고 해줬다. 어쩌면 그게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집에만 가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웃음이 난다. 이런 게 치유일까? 이런 아내가 고마워서 기념일을 꼭 챙기고, 큰 선물보다는 꽃다발이나 작은 선물을 들고 집으로 간다. 내가 주는 작은 선물에 아내가 활짝 웃음을 짓는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활짝 웃는 모습이 참 좋다. 그래서 나도 활짝 웃게 된다.


아이가 생기고, 육아를 아내와 같이 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행복한 순간이 더 많다. 아이와 내가 놀 때, 내가 하는 어떤 행동에 아이가 깔깔대며 웃는다. 그러면 나도 깔깔대며 같이 웃게 된다. 늘 아침에 출근할 때, 아이에게 어떤 것을 사 오겠다고 약속한다. 퇴근할 때 그 물건을 사 가면 아이는 너무 좋아서 방방 뛰며 웃는다. 그러면 나도 같이 활짝 웃게 된다. 그 물건을 한참 가지고 놀다가 나에게 같이 음악을 틀고 뛰자고 한다. 같이 뛰다가 잡기 놀이를 하면 또 깔깔 대며 웃는다. 그러면 나도 또 같이 웃게 된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려고 하는 것이 나에게도 웃음을 주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지 이전에는 몰랐다. 늘 내 모습이 남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질지, 내 행동이 과연 맞는 것인지 신경 쓰다 웃음을 잃어버렸던 나인데, 지금은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의 웃음을 보면서 같이 웃는다. 여러 가지 주변 상황이 어렵고, 여전히 나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나이지만, 그들 옆에서 웃는 나를 보면 왠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걱정이 없어 보인다.


내 아이가 지금의 웃음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것을 줄 때, 활짝 웃었던 그 마음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안다. 한 해 한 해 커가면서 점점 웃음 지을 일이 많이 없어지고, 어쩌면 정말 힘든 시기를 만날 수도 있다. 그래도 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지금 내가 주는 웃음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좀 더 자신감 있고, 밝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내가 지금 우리의 웃음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주는 것을 받을 때, 활짝 웃었던 그 마음으로 같이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점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웃음을 주려 노력할 것이다. 그게 내가 웃음 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니까. 그게 내가 자신감을 가지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니까.


무엇보다 그들이 웃음을 짓는 것을 본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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