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지구>(2019)
태양이 죽어가서 지구를 직접 대피시키는 이야기라면 그저 황당하게만 들린다. 할리우드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이 이야기는 중국에서 소설로 쓰여진다. 사실 이 정도 상상이야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엔 정말 황당하고 재미있는 공상과학소설과 영화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SF 소설 <삼체>로 휴고상을 수상한 작가 류츠신이 쓴 소설 <유랑지구>를 영화화한 이 영화는 최첨단 기술로 지구를 옮기는 과정에서 지구의 삶을 묘사하면서 목성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위기에서 구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당해 보이지만 영화는 꽤나 진지하다. SF 영화로서 시각효과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인 만큼 볼거리 측면에서는 할리우드와 맞먹는 큰 스케일을 보여주기 때문에 SF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꽤 좋아할 요소들이 갖추어져 있다. 최첨단 아이디어가 시각화되어 있고, 이야기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무척 몰입해서 볼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뽕 영화라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수준이다. 사실 한국도, 미국도 이런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의 나라가 세계를 구한다거나 나라를 구한다는 영웅을 등장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니까, 그것을 비난하는 건 좀 불공평해 보인다. 이야기 측면에서 영화의 서두에서 중반까지는 너무 정신이 없고 누가 중심인물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너무나 거대한 허구를 이야기하다 보니, 쉽게 극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SF 장르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다면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을 100% 다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비록 한국 회사에서 그래픽 관련 업무를 담당했지만, 중국의 대규모 자본으로 이제는 못 만들 영화 장면은 없을 것 같다. 과거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 같은 블럭버스터 SF 물을 중국 자본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영화의 콘텐츠나 이야기의 밀도에서는 한국영화가 앞서 있으나, 자본으로 밀어붙이는 블럭버스터 영역에서는 중국이 한 발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