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엔드게임>(2019)
이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다시 한번 관람했다. 영화 속 주요 캐릭터의 퇴장을 아쉬워하며,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다. 실질적으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다. 그들의 장엄함 퇴장이 이번 영화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명은 이타적으로 희생되며, 한 명은 이기적인 삶을 살아본다.
이기적 캐릭터로 시작한 토니 스타크라는 존재는 아이언맨 슈트를 개발한 이후 다른 사람을 챙기고 보호하는 삶으로 자신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그의 신념이 변화되는 과정은 이번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꽃을 피운다. 모두를 위해 자신의 삶을 내려놓는다. 죽음 직전 페퍼(기네스 팰트로)가 토니에게 말한다. “우리는 이제 괜찮을 거야. 걱정 마”. 그 말을 들은 토니는 안심하며 숨을 거둔다. 시리즈 내내 자신이 막지 못한 상황에 다른 사람이 고통을 당하는 악몽에 시달렸던 그다. 그런 그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는다. 그의 죽음은 이기적인 인간의 이타적인 죽음이다. 그래서 더욱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반면 이타적인 캐릭터인 스티브 로저스는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캐릭터다. 시리즈 첫 편인 <퍼스트 어벤져>에서 연약한 몸으로 훈련을 받을 때, 교관이 던진 가짜 수류탄을 몸으로 막는다. 다른 동료들은 이미 저 멀리 도망친 상황에서도 말이다. 이 장면이 스티브 로저스라는 캐릭터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이타적인 캐릭터지만 어쩔 수 없이 두고 온 첫사랑과 친구, 즉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늘 그리워한다. 그래서 그가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에서 친구 버키(세바스친 스탠)를 만났을 때, 자신의 개인적인 관계를 지키려 애쓴다. 어쩌면 그는 아주 이타적인 삶을 살았지만 마음속에는 늘 개인을 위한 관계와 삶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엔드게임>에서는 죽음 대신 개인의 삶을 살고 노인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토니가 연인 페퍼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모습이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스티브가 그의 연인 페기(헤일리 앳웰)와 춤추며 키스하는 장면이다.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와 하는 어떤 것으로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영화는 이 영화가 그들의 진정한 마지막 이야기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고 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감동스럽게 다가오는 건, 전혀 다른 두 캐릭터가 서로 화해하고 다시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결국 세상 모두를 구하는 데에는 이타주의와 이기주의가 모두 필요하다. 즉 사회적인 삶도 중요하고 개인적인 삶도 중요하다. 이 둘 간의 관계가 적절히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영화는 이 두 캐릭터로 우리 삶 자체가 그렇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주 가깝게 우리는 밖에서 사회생활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개인적인 삶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서는 조화로운 삶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 두 영역이 적절히 섞일 때 비로소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단독으로 보기에는 감동이나 평가가 나쁠 수밖에 없다. 팀을 나눠 과거로 돌아갈 때의 캐릭터 능력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전개를 위함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마블 이야기를 정리하는 시리즈의 완결로서는 좋은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마블 사는 인기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고 퇴장시키는지를 잘 아는 것 같다. 앞으로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비슷한 역할을 맡겠지만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그들이 가진 시리즈 내 위치가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마블의 계획 속에는 이미 앞으로의 전개가 보일지 모른다. 곧 페이즈를 마무리하는 스파이더맨이 개봉하니 그 영화를 보고 나면 예측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다리게 한 시리즈는 처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시대의 영화로 남을만한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