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
인간은 대부분의 생명체와 공존하며 산다. 인간에게 해악을 미치는 것들을 제거하려 노력할 때, 인간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의 도움을 통해 같이 공생하는 방법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려 노력한다. 지금까지 지구의 삶은 그런 자연의 섭리를 따랐고, 인간은 등장 초기만 해도 그 법칙 안에서 공존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인간이라는 종 중심으로 살아가는 방향으로 점점 나아간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후가 변화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먹이사슬과 다양한 생태계의 법칙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결국 인간이 더 잘 살고자 했던 많은 것들이 인간에게 다시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 비수는 느리지만 점점 속도를 더해간다.
영화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는 인간과 다른 종 과의 공존에 대한 것을 바탕에 깔고 있다. 고질라라는 괴수가 다시 깨어나게 된 이유도 인간의 핵폭탄 실험 때문이었고, 인간이 깨운 다른 괴수를 막기 위함이었다. 전작이 고질라의 깨어남이 주요한 주제라면, 이번 새로운 시리즈에서는 본격적으로 괴수들과 인간이 공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화 속 고질라는 일종의 생태계 균형을 잡아주는 균형의 신이다. 그것이 정말 인간을 위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그것이 인간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은 명확하다. 전편에서 괴수를 물리치고 균형을 찾은 세상에서 다시 모습을 감춘 고질라는 괴수를 연구하는 단체 모나코에서 일하는 에마 러셀 박사(베라 파미가)에 의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에마는 전 세계 지하에 묻혀있는 수많은 괴수들을 깨웠다.
주요 등장인물인 에마 박사와 남편 마크(카일 첸들러), 딸 매디슨(밀리 바비 브라운)은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지만 영화 속에서 눈에 띄진 않는다. 유명 배우들이 연기한 다른 역할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인간들은 그저 들러리에 머물 뿐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괴수들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각본을 쓴 티가 너무 많이 난다.
그래도 꽤 공들여 쓴 인간들의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1편의 서사보다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래서 인간들이 등장할 때는 영화의 흥미가 많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은 끝까지 명확하게 가지고 간다. 바로 각 존재의 공존이다.
고질라와 모스라가 한 편이 되고, 세 개의 용의 머리를 가진 기스라가 빌런 역할을 맡아 다른 괴수들을 조종한다. 그들 나름대로 팀웍을 이뤄 전투를 보여주는데, 그야말로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괴수의 모습은 이질감 없이 구현되었고, 그들이 뛰며 전투를 벌이는 모습은 괴수 영화 팬들에게 볼만한 장면들을 많이 선사한다.
결국 고질라는 지구의 균형을 찾게 해 준다. 그리고 공존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 거대한 존재는 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묘사된다. 과수 장르의 영화지만 고질라는 지구의 영웅이다. 그래서 일견 영웅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인간들은 고질라를 꽤 많이 돕는다. 그래서 기모라와의 마지막 전투는 고질라 혼자 싸움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인간과 힘을 합쳐 싸운 것이다. 그렇게 모든 존재가 지구를 지켜낸다. 공존의 방법을 깨달은 인간이 고질라를 도와 이겨낸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레전더리 픽쳐스와 워너는 괴수 영화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이 세계관에는 킹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킹콩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서사적으로 허술한 이 영화는 괴수들을 좋아하고 큰 스케일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선물 같은 영화가 될 것이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목적일 것이다. 초지구적 스케일을 두 시간 동안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