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자각으로 여성을 돕는 걸캅스

-<걸캅스>(2019)

by 레빗구미



여러 가지 말이 많았던 영화<걸캅스>에는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담겨있었다.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서사인 것도 그렇지만 남성 중심으로 해석되고 처리되던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영화다. 어쩌면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남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 속에 있어서 이런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는지 모른다. <캡틴 마블>의 캐롤 댄버스가 지구에서 성장하며 수없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났듯이 <걸캅스>에 등장하는 박미영(라미란)도 수없는 남성주의 사회의 도전에서 강력계 형사라는 성장을 이루어 낸다.


결국 여성만이 겪을 수 있는 범죄들에 대해서 여성들이 스스로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보는 이들에게 통쾌한 감정을 가져다주는지도 모른다. 사실 <걸캅스>의 서사는 우리가 이전에 많이 봐왔던 서사다. 소외되거나 조직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형사에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는 여러 형사물에서 접했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는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건, 직업정신과 사명감이 투철한 두 주인공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장면이 박미영과 조지혜(이성경), 두 여성을 통해 벌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두 여성이 이끌어가는 버디 형사물을 본 적이 있던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의 형사물들은 남성이 주로 극을 이끌고 여성들은 대부분 보조적인 역할을 맡았었다. 또한 사건의 소재 자체도 매우 시의성이 있다. 클럽의 룸에서 벌어지는 사건, 그리고 마약 등과 연결된 범죄는 최근에 일어난 '버닝썬' 사건이 떠오르기도 한다. 거기다 성범죄로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 됨으로써 실제로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공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인물들과 사건의 성격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인이 된다. 그저 단순한 오락영화로 느끼던 전반부와 달리, 사건의 심각성이 더해지는 후반부는 액션도 꽤 과격하거니와 심리적으로 몰입할 수 있어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배우 라미란은 의외로 과격한 액션 장면과 잘 어울리고, 제대로 된 형사의 이미지가 덧붙여졌다. 이성경은 마른 체형에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선머슴에 열정을 가진 형사로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큰 기대 없이 접한 영화인데, 꽤 신선한 접근들이 있어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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