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에 받은 선물이 얼마나 기억에 남을까. 사실 어린이 날에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부모님이 뭔가를 사주셨을 것 같은데 선물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어린 시절이라 잘 생각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아주 어린 시절 원하는 걸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모두 사주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어린이 날 선물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어린이 날이 5월 5일이지만, 중국은 6월 1일이다. 국제 아동절이라고 부르는 어린이 날에는 초등학교 학생들만 쉰다고 한다. 어른들은 출근해야 하니 아이들은 완전한 공휴일을 누리지는 못하는 셈이다.
나: 와 어린이 날이다~~! 나는 자기의 애기예요.
아내: 이 아저씨가 왜 이러세요. 나이 40살이나 드시고 아직도 어린이입니까.
나: 에이 왜 갑자기 딱딱한 말투예요. 좀 봐줘요~ 나 당근이랑 친구잖아요.
아내: 37살이나 차이 나는데 친구라뇨~ 중국은 오늘 어린이 날 아닌데요. 한국은 어른까지 쉬니까 좋네요.
나: 응? 중국은 어린이 날이 언제예요? 그리고... 애들만 쉬어요??
아내: 중국은 6월 1일이 어린이 날이에요. 궈지어동지에 라고 불러요. 이를 테면 국제 아동절 이죠. 초등학생만 쉴 수가 있어요.
나: 그럼 부모님 다 일하면 혼자 집에서 놀아야 하네요. 그게 뭐예요. 너무 슬프다.
아내: 그쵸. 그래서 부모들이 선물도 사주고 특별하게 해 주려고 많이 노력해요. 일찍 퇴근해서요.
중국의 그런 특성 때문에 어린이 날에는 특별히 여행을 가거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저 아내가 그 당시 원했던 선물을 사러 같이 가서 사 왔던 기억들은 있다고 한다. 어린이 날이라는 특별한 날에 분명히 선물을 받거나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왜 도통 내 기억엔 없는 걸까. 내 아이에게는 어린이 날의 특별한 느낌을 선물하고 싶어 졌다. 아마도 아이가 어린이인 시간에는 매년 그런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작년부터 어린이 날에는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려 노력했다. 작년에는 헤이리 마을을 방문했는데, 이번엔 연차를 활용해 좀 더 먼 거리에 있는 가평에서 2박 3일 동안 시간을 보냈다. 아직 차 타고 이동을 두려워하는 아이였지만 같이 수영도 하고, 뛰어놀고 많은 것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관광지의 주변 풍경들도 좋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아이의 표정이다. 당근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둘러보기 바쁘다. 눈을 이리저리 돌리던 당근이는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은 귀신같이 찾아내 먹자고 졸라댄다.
나와 아내는 3일 동안 특별한 시간을 선물했다. 아내는 여전히 바빠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세 명이 같이 밥 먹고 이동하고 어디론가 산책을 하는 시간은 참 소중한 시간이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도 아이의 표정을 관찰하다가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만큼 아이의 모습은 새로운 경험 속에서 봐서인지 더욱 새롭고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행 며칠 전에 장염을 앓았기 때문인지 아이의 눈과 손은 더욱더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리고 식탐도 대단했다. 솜사탕, 막대사탕, 아이스크림, 핫도그 등등. 많은 것을 사주었고, 그걸 받아 드는 당근이의 환한 표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린이 날 연휴 중 하루는 장난감 가게에 가서 선물을 하나 사줬다. 당근이는 작년과 똑같이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정확히 골랐다. 하나를 집고 나서는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작은 장난감을 하나 더 사준다고 하는데도 싫다고 한다.
당근이: 아빠. 아빠! 나 이거 살 거예요. 이거. 이거.
나: 이거? 콩순이 캔디 가게 살 거예요? 어제까지 타요버스 산다고 했는데요?
당근이: 아니야. 이거예요. 이거야~!!
나: 그래.. 어! 저기 타요버스 작은 거 있다. 저거 하나 더 사줄게.
당근이: 아니야. 이거 오픈해줘요.
나: 집에 가서요~. 당근아 이거 봐 타요버스 사고 싶어 했잖아. 이거 하나 더 사줄게요.
당근이: 아니에요. 싫어요.
나: 그래 그럼 얼른 집에 가자. 가서 풀어보자~
단호하고 정확하다. 어쩌면 고민 많고 망설임이 많은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의 눈에는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가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고른 장난감을 집에서 풀러 한참을 집중해서 가지고 논다. 역시나 아이의 표정에는 행복감이 넘친다. 달콤한 꿈을 꾸는 것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집중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그 모습 자체로 참 아름답다.
매년 새롭게 맞이하게 되는 어린이 날이 아이의 기억에 남을지는 모른다. 같이 보낸 시간도, 새롭게 사준 선물도 아이의 기억에서는 크게 자리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중에 한 순간이라도 기억한다면 정말 성공한 것이겠지? 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내가 선물한 시간, 내가 아이에게 선물한 장난감은 나와 아내의 기억에 남아있다. 무엇보다 그걸 기억하게 하는 건 환한 표정으로 행복해하는 아이의 얼굴이다. 부모라는 입장에서 아이에게 그렇게 환한 표정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아이가 환한 표정으로 삶을 살 수 있도록 작은 순간순간들을 선물하는 방법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어린이 날이라고 해서, 아이가 말을 잘 듣는 건 아니다. 이제 4살이 되는 당근이는 예전보다 떼쓰기도 많이 늘었고 고집도 세졌다. 차에서는 가끔 토를 하기도 한다. 멀리 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다녀온 여행은 아이와 우리들을 더 가깝게 만드는 것 같다. 당근이는 여행 가서 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거기서 했던 수영이나 동물원이라는 단어를 던져주면 무엇을 했고, 다음에 또 가야 된다는 말을 줄줄 내뱉는다. 아마도 당분간은 그 얘기를 하며 아이와 수다를 떨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아이와 여행 수다 뒤풀이까지 하고 나니 어린이 날이 훌쩍 가버린다. 어른인 나도 어린이 날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