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스트라이킹 바이퍼스>(2019)
인간이라면 누구나 권태감을 느낀다. 아이였을 때는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지루함을 느끼지 않지만 어른이 되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난 이후라면 모든 것이 지루해지고 재미없어지기 마련이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이끌려 같이 살게 된 이후, 수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나면 삶이 지루해지기 마련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만의 취미를 가진다. 술을 마시고, 운동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삶에 필요한 긴장감과 즐거움을 조금 채워가기도 한다.
<블랙미러> 의 세 번째 시즌 중 첫 번째 에피소드인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그런 결혼 생활의 권태감을 다루고 있다. 과거 게임을 즐겼던 대니(앤서니 마키)는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도 있지만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기도 하고 권태감을 느끼는 상태다. 그때 친한 친구 칼(야히아 압둘 마틴)의 제안으로 새로운 VR 게임을 하게 되는데, 과거에도 친구와 같이 플레이했던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라는 격투 게임의 최신 버전이다. 최신 기술로 간단한 기기를 머리에 부착하면 실제 VR이 현실인 것처럼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원래 이 게임을 무척이나 즐겼었던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이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다.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고 게임 속 자유도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둘은 상상도 못 했던 가상현실 속의 관계를 맺게 되는데, 말 그대로 조종하는 캐릭터로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지게 된다. 생각보다 쾌락이 컸기 때문인지 그들은 처음에는 놀라며 무시하지만 점점 그곳에 빠져드는 본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 이 둘이 캐릭터로 벌이는 관계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인공 대니는 결혼을 한 상태인데, 가상공간의 성관계를 바람이라고 해야 할까?
<블랙미러> 답게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새로운 기술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혼란은 더 커지고, 한 명은 남자, 다른 한 명은 여자 캐릭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상현실 속의 관계가 현실까지 이어지는 것인지 그들 자신도 알 수 없어 고민한다. 가장 친한 친구인 두 남자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한다. 게임 속 에만 들어가면 바로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몰입하는 두 사람은 점점 그곳에 빠져든다.
이미 현실에서 VR기술을 이용한 성인물은 만들어지고 있다. 비디오, 컴퓨터 디스크, 웹으로 이어지는 기술 발달의 과정에서 우리는 포르노나, 성인물을 개인이 혼자 관람하는 건 불법이 아니고, 도덕적으로 완전하진 않지만 용인할 수 있는 범위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동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달은 법의 개정보다 훨씬 빠르고 사회적 동의보다도 빠르다. 결국 그렇게 갓 나온 기술들에 대해서는 혼란 속에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모습들이 두 배우를 통해 흥미롭게 담겼다.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한 수용이 완전히 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두 남자가 그런 관계를 맺는 것은 또 다른 고민을 던져준다. 영화에선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지 않지만, 결국에는 다른 사람이나 가족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사회적 동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인터넷 커뮤니티가 처음 생겼을 때나,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던 또 다른 페르소나, 즉 온라인 인격이 현실과 이어지는 기술과 만났을 때 우리가 빠질 수 있는 아이러니를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권태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때 접하는 새로운 기회나 경험들은 아주 쉽게 그것에 중독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서서히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번 에피소드는 시리즈의 최고작까진 아니지만 생각해 볼만한 고민을 던져주는 에피소드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