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2019)
우리는 늘 외부를 바라보며 특정 대상이나 사람과 경쟁하며 일생을 보낸다. 특히나 냉전시대가 끝난 이후에는 국가 간의 경쟁 또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 조직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과거 스파이 영화들이 냉전 시대의 상황을 묘사한 것처럼 90년대 이후의 영화들은 다양한 내부의 스파이나 악당을 설정해 적을 만들어 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했던 <맨 인 블랙> 은 꽤 신선한 시리즈였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계의 존재들이 사실은 정부 기관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이미 세계 곳곳에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화 물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넷 시대의 다양한 현상을 아주 즐겁게 묘사했었다. 마치 미국 내 수많은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다양한 외계인들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SF 적 상상력과 유머를 통해 꽤나 큰 즐거움을 주던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3편이 나왔다.
사실 그 3편의 영화가 하는 이야기에서 어떤 큰 의미를 찾거나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다.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 흑과 백의 인물이 티격태격하면서 내뱉는 유머가 꽤 즐거웠고, 기상 천외한 외계인의 모습과 액션 장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이번에 새롭게 개봉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은 그 설정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주인공만 바꾼 새로운 스핀오프 시리즈다. 에이전트 M(테사 톰슨)과 에이전트 H(크리스 햄스워스), 남과 여의 조합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우리가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는 내부자에 배신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MIB 스토리에 섞어 보여준다.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보아왔던 이야기 자체는 흥미가 떨어지고, 다양하게 등장하는 외계인의 존재들도 그저 단순히 농담거리로 활용해 버리고 만다. 내부 배신자를 찾는 과정에서 두 에이전트가 벌이는 말싸움은 여전히 사랑스럽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를 책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이 느껴진다. 영화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예측 가능한 데다 이미 우리는 그보다 신선한 SF영화를 무수히 많이 봐왔다. 두 에이전트의 조합은 매력적이지만 이들이 티격태격하는 것 마저도 이미 이전 시리즈에서 봐왔던 장면이기 때문에 더더욱 영화의 매력은 떨어진다. 과거 시리즈의 팬들과 새롭게 이 시리즈를 보는 젊은 관객들을 모두 잡으려 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모두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이 새로운 시리즈를 살리는 존재는 외계인 파오니다. 그마저 없었으면 이 영화는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도 없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