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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Aug 09. 2019

시간을 거슬러 보는 항일영화



일본이 다시 한국을 공격해왔다. 총칼이 아닌, 경제라는 무기로 한국을 자극한 일본에 대한 민중의 반발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마침 올해는 3.1 운동이 일어난 지 딱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더욱더 한국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은 일본과 내부의 지도자들에 의해 반복되는 불의 앞에 손을 잡고 모인 민중들의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해 나갔는지도 모른다. 한 발 한 발, 옆 사람과 손잡고 걷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일제에 대한 저항의 역사는 작은 체구의 유관순으로부터 촉발되었다. 100년 전의 민중 항쟁은 지금 현재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촛불 운동까지 우리가 저항하는 방식은 조금씩 변화해 왔다. 어쩌면 그 저항의 역사가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 역사에서 저항의 시기는 꽤 길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긴 암흑기였던 일제 강점기는 크고 작은 저항들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시기다. 사회 지도부부터 일반 민중들까지 어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들이 다음 날이면 독립투사가 되어 일제에 의해 탄압받았다. 그건 누가 시킨 것이 아닌 자발적인 참여였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후, 해방된 이후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항일을 실행했다. 그런 다양한 계층의 항일 활동이 이미 여러 영화들에 담겼다. 어떤 영화는 액션을 중심으로, 어떤 영화는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 담기도 했으며 어떤 영화들은 드라마로 담담하게 그들의 활동을 담기도 했다. 때론 많은 상상력을 넣어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모든 항일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담긴 것은 그 당시 저항활동의 치열함과 진지함이다. 해방 직전부터 1900년대 초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장르의 항일 관련 영화들을 실제 일제 강점기의 시간 역순으로 정리해 보았다. 



[1940년대 해방 직전] 한국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분투



말모이(2019)

감독 : 엄유나

출연 :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선영


언어는 그 나라의 정신을 담는다고 이야기한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정신, 사상 등 많은 것이 담겨 사람들의 입과 글을 통해 전달된다. 그만큼 자신들이 쓰는 언어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특히 한국은 자신만의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라는 언어는 일반 민중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였다. 일제 강점기가 40년가까지 이어지던 시절에 다음 세대가 성장하면서 점점 한글의 비중은 낮아졌으며, 일본의 강압에 의해 한글 사용이 금지되기까지 했다. 


영화 <말모이>는 한글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사전을 만들었던 그 당시 조선 어학 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일본의 교육 시스템 하에서 많은 한국 학생들은 일본어 사용을 배웠고, 한글 사용을 잊어갔다. 그때 한글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한글 사전을 만들었던 조선 어학 회의 이야기는 그 자체 만으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언어를 지키면서 항일을 실행한 이들이다. 그들이 지켜낸 것은 비단 언어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고유의 사상과 문화를 한꺼번에 지켜낸 의미 있는 항일의 기록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까막눈 판수(유해진)는 그 당시 한글을 전혀 모르던 일반 민중을 대표한다. 그의 아들이 학교에서 일제의 위협 속에 일본화되는 과정은 그 당시 우리의 환경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판수가 조선 어학회 정환(윤계상)과 다른 멤버들과 만나 점점 한글에 빠져드는 과정은 꽤 감동적이다. 언어를 전혀 모르던 그가 조금씩 그것을 배워가면서 한글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그가 그것을 지키려고 무던히 애쓰는 장면은 결국 우리의 것을 지키는 것은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는 국민 하나하나의 힘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들의 삶을 희생시켰는지를 알게 해주는 영화 <말모이>는 웃음과 감동을 담아 항일 정신을 전달한다. 



[1930년대] 분노를 품고 일제의 머리를 겨눈 총구 



암살(2015)

감독 : 최동훈

출연 :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1930년대는 실제로 독립운동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던 시기다. 여러 작전들이 시행되었고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가슴에 억누를 분노를 품고 일제에 대항했던 그들의 작전들은 치밀한 계획하에 거행되었다. 사실 그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에게는 그렇게 거인이 된 일제와 맞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 


영화 <암살>은 실존 인물을 일부 활용하여 살을 붙여 만든 가상의 사건이다. 독립군 저격수인 안옥윤(전지현)을 중심으로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염석진(이정재) 등이 사건에 개입되어 강인국(이경영)이라는 일제의 중심인물에 대한 처단 작전을 보여준다. 영화 속 독립군들은 시종일관 진지 하지만, 그들 나름의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일반적인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런 그들은 막상 작전이 시작되면 빛나는 눈빛으로 일제에 대항하여 치열하게 싸운다. 영화는 몇 번의 반전으로 영화적 재미를 유지하며 그 당시 치열하게 일제에 대한 했던 독립군의 모습을 진지하게 담는다. 


또한 영화 말미 국가의 배반자에 대한 처단도 일부 담겨있다. 일제를 따랐던 인물이 독립 후 재판에서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나지만, 안옥윤과 그 일행에 의해 처단되게 된다. 현재까지 그 당시의 배반자였던 친일파들에 대한 청산은 완전히 완료되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인물들이 세상 밖으로 풀려나면서 친일 활동으로 얻었던 부와 권력을 이용해 독립 이후의 삶을 살아갔다. 그때 청산되지 못한 일들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면서 최근에 다시 친일파 청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그런 갈증을 가진 관객들에게 영화 <암살>은 일종의 대리만족의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920년대]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던 시기 



밀정(2016)

감독 : 김지운

출연 : 송강호, 공유, 한지민


일제 강점기 때의 일반인들에게는 일본의 시스템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회 시스템인 공공기관들은 일본인이 주로 이끌었지만, 한국인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고 그건 어쩌면 그 당시에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을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그 시스템에 속하게 되었다. 그 기관에서 일을 하고, 중간 계급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친일 행각을 한 사람이 있는 반면, 어쩔 수 없이 직업으로서 일제의 시스템 속에 속하여 일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더욱더 혼란스러워진다. 자신이 친일 행각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상대방이 적인지 아군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혼란은 일제 강점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는 1920년대 이후 해방까지 계속 이어진다. 영화 <밀정>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독립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의 관계를 보여주며 이런 혼란을 세심하게 그린다. 


이정출은 아주 적극적인 친일파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조직에 어느 정도는 충성하며 지내고 미래의 자기 위치를 꿈꾸는 인물이다. 그래서 김우진을 잡아 공을 쌓으려고 하지만 점점 그와 그 주변의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변해가는 인물이다.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그 순간순간에 서로 느끼는 긴장감을 숨기게 되는데, 두 인물은 영화의 중반까지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며 그것이 영화 후반부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게 된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답게 영화적 재미와 함께 디테일한 설정으로 가득 차 있고,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 그 당시 어떤 쪽을 따를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피아 구분이 확실해야 할 현시점에 흥미롭게 볼만한 영화다. 



[1910년대] 저항에 뛰어든 민중, 그리고 작은 영웅 



항거:유관순 이야기(2019)

감독 : 조민호

출연 :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사회의 큰 변화를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지나고 보면 아주 크게 보이지만 사실은 작은 순간들이 모여 큰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도 작은 저항들이 이어졌다. 그중에 이후에 영향을 준 가장 큰 움직임은 1919년에 있었던 3월 1일, 삼일 운동 일 것이다. 그 큰 하나의 움직임 이후 임시정부가 마련되고, 국내뿐 아니라 만주 등 다른 나라에서도 독립운동은 확산되었다.


영화 <항거>는 유관순(고아성)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유관순이 삼일운동 이후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게 되면서 그 형무소 안에서 만났게 되었던 사람들과 유관순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초반, 유관순이 감옥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수십 명이 수용되어 있는 작은 방에 유관순이 떨궈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 방에 있던 유관순의 동네 아주머니는 그를 보며 이야기한다.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어! 죽일 년’.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담은 말 한마디 일 것이다. 바로 일반 대중들이 가볍게 항일에 대해 바라보는 그 관점이 이 영화에 담겨있으며, 그 일반 대중들이 왜 몸소 저항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야기하는 영화다. 


우리는 촛불이 하나하나 모여 무수한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곳에 분명 눈에 띄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촛불 혁명이 힘을 얻은 건, 바로 그저 평범한 소시민들의 행동 때문이다. 삼일운동도 그 작고 평범한 불씨를 가진 일반 민중들이 모여 이룩한 혁명이다. 그렇게 모여 부른 만세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만주까지 퍼짐으로써 훗날 독립 저항의 힘을 기르고 결국 독립까지 이루는데 큰 힘이 되었다.

유관순을 연기한 고아성은 그가 출연한 여느 영화보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일본에 저항하는 강인한 눈빛과 오기, 주변 사람을 챙기는 따뜻함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의 연기는 내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아성의 연기 덕분에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나서 웬만해서는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만든다. 유관순의 강인하고 당당한 모습과 함께 그 당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저항에 참여하게 되었고 또 어떤 어려움 속에 살아야 했는지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는 좋은 영화다. 적어도 삼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의 영화이다. 



[1900년대] 저항의 시작, 그 역사를 바로잡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2)

감독 : 이시명

출연 : 장동건, 서진호, 나카무라 토호루, 천호진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배운다는 것은 중요하다. 현재 일본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여러 나라에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자라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역사를 알지 못한다. 결국 그 역사는 아주 깊숙한 곳에 묻혀 그들이 그걸 알아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일생을 보낸다. 


역사를 감추려는 자들은 자신들의 패배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쪽이다. 자신의 부당성을 감추고 거짓으로 정당성을 만들어 세력을 유지시킨다. 현재 일본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을 비롯한 일본 회의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다. 2002년에 개봉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일본이 역사를 바꾸려고 벌인 만행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다. SF 액션 장르에 이 아이디어를 녹아 넣어 진정한 역사를 찾아가는 이 이야기는 지금 시점에 돌아보면 다른 방식으로 일본에서 벌어질 일들을 상상했던 영화다. 


영화는 한국계 핏줄을 가지고 있는 사카모토(장동건)가 반정부 세력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1909년에 벌어진 안중근 의사 저격 사건에 숨겨진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당시 한 편으로는 황당하게 느껴졌던 이 영화의 소재는 현시점에서 다시 보면 볼수록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조작된 역사를 다시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조선의 인물들의 활약과 안중근 의사의 모습은 한국인으로서의 의지를 다시 확인하게 한다. 






*오마이 스타의 청탁으로 이 글을 작성하였으며, 오마이 스타에도 이 글이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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