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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Aug 03. 2019

아름다운 한글을 스크린에 담다

-<나랏말싸미>(2019)



하나의 문자를 만드는 작업은 한 개인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하나의 공동체에서 각자의 아이디어가 합쳐지고 치열한 토론 끝에 탄생하는 것이 바로 언어다. 아마 모든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언어, 규칙, 법, 제도 등 모든 것들은 그렇게 여러 인원들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한글이라는 언어는 세종대왕과 그를 따르는 집현전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고 알려진다. 물론 이것은 가장 현실성이 많은 학설을 바탕으로 한다. 그 외에 여러 가지 가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세종대왕이 그 개발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기본 학설을 잠시 뒤로 하고 불교계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가설 중 하나를 가지고 와 이야기를 한다. 세종대왕(송강호)이 주도적으로 한글 창제를 이끌지만 보다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언어천재 스님 심미(박해일)를 등장시켜 그가 주도적으로 한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 속에서 세종은 유교를 대표하고 심미는 불교를 대표한다. 유교가 중심인 조선사회에서 불교는 과거 국가를 망하게 한 기피 종교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세종과 심미의 작업은 환영받지 못한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만큼 그 둘 사이도 의견 차이로 대립한다. 영화의 대부분의 긴장은 그 둘 간의 대화와 다툼에서 기인한다. 둘이 마주 않아 대화를 할 때는 집중하여 보게 되지만 그 밖의 장면에선 다소 느슨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이야기 자체의 극적 긴장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그 두 사람 간의 대결로 최소한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영화사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한글 창제의 단계별 과정이다. 최초에 산스크리트어와 비슷한 형태로 보이던 한글이 점차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변해갈 때 반가움과 경외감이 든다. 무엇보다 한글 고유의 모습이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구현되어 있다. 그런 외형적 모습뿐만 아니라 한글의 창제 원리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흥미로움을 더한다.


두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둘 간의 호흡도 잘 맞는다. 그리고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고, 무엇보다 과거 감독이 그 사실을 실제로 믿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흥행 측면에서는 이미 실패했다. 영화적 오락성이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내용의 특성상 그렇게 만들기 힘들었을 것 같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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