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빗구미 Sep 16. 2019

공포영화의 틀에 담은 성장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2019)




어린 시절 누구나 잊고 싶은 트라우마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 트라우마는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잊혀지는 기억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떨쳐낼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의 선택을 할 것이다. 자신이 자라던 동네와 학교에서 경험했던 안 좋은 일들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동네 밖으로 나가 생활하면서 많은 부분 잊고 지나가게 된다. 같이 충격적인 경험을 했던 또래들과 다시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서로를 지켜주자고 다짐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바쁘다. 결국 과거의 기억들은 각자의 내면 깊숙이 묻히게 된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 상사를 무서워하거나, 직장에서 해야 할 프레젠테이션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결혼 생활을 하며 아내나 남편의 어떤 행동들을 무서워하기도 한다. 그 두려움은 성인이 된 이후에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 깊숙이 묻혀있던 과거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성인이 된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에 그 두려움들은 각자의 힘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두려움에 대면하고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는 어린 시절 직면했던 강력한 그 공포와 다시 맞서는 것이다. 그 트라우마를 올곧이 직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 공포심은 결국 사그라들 것이다.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전편 <그것 >(2017)은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다루면서, 그 어린 소년소녀들의 시점으로 공포스러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을 보여줬다. 자신들에게 직면한 공포에게서 도망치고 멀어지려 애쓰던 주인공들은 서로 다시 손을 잡고 그 공포를 향해 나아가 극복해 내고야 마는 이야기였다. 그 공포는 피에로 형상을 한 페니와이즈(빌 스카스가드)의 이미지로 구현되며, 그가 부리는 공포스러운 마법은 어린 주인공 소년소녀들이 가지고 있던 공포심을 이용하여 그들을 겁박했다. 이번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페니와이즈의 위력이 영화 전반에 깔린다. 


27년 이후 다시 등장한 괴물 페니와이즈의 등장


27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과거 페니와이즈와 대면했던 그 상황을 잊고 지내고 있는 주인공들의 현재 모습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빌(제임스 맥어보이), 베벌리(제시카 차스테인), 리치(빌 헤이더), 벤(제이 라이언), 에디(제임스 랜슨), 마이크(이사야 무스타파) 등의 친구들은 현재에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에서 적당히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모자라 보인다. 가정폭력에 시달린다거나, 아내에게 강압적인 삶을 강요당하고,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비웃음을 받기도 한다. 그들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무엇인가 빠져있는 것 같다. 영화 초반 화면이 비추는 그들의 모습은 나사가 빠진 듯 멍하게 보인다. 특히 과거 그들이 살던 마을 데리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마이크의 전화를 받은 그들은 더더욱 과거의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보인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과거의 흐릿한 트라우마는 전화 속 마이크의 목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페니와이즈라는 이름을 통해 그들을 다시 유년시절의 마을로 이끈다. 그들은 모두 과거의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느낌에 다시 하나둘 마을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모여 과거의 기억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순간, 공포의 이미지를 가득 가지고 페니와이즈가 그들을 향해 말한다. 이때만을 기다렸다고.


어쩌면 그들 모두는 그저 과거의 트라우마를 자신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잘 숨겨놓았던 것일지 모른다. 그들은 과거에 겪었던 그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 같이 이겨냈고, 페니와이즈가 사라진 이후에도 다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로 뭉치기로 다짐하지만 그 시절 이후 모두는 그 트라우마를 그저 마음속에 묻어버린다. 그건 우리 모두가 성장하면서 비슷하게 겪는 성장과정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우리들이 겪었던 공포스러운 상황, 부끄러운 상황 등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상황은 대부분 극복되기보다는 그저 마음 한 켠에 묻어두고 꺼내어 대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그 트라우마는 자신을 괴롭히고 성인이 된 나의 일부분을 바꾸게 만든다.


각 등장인물이 다시 대면하게 되는 과거의 트라우마


영화는 아주 천천히 그들이 과거에 대면했던 트라우마들을 직접 떠올려 대면하게 만든다. 학창 시절 겪었던 외모에 대한 조롱,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슬픔, 가정폭력 아버지로부터의 상처, 엄마로 부터의 집착 등 어린 시절 그들 각자가 겪었던 그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주인공들이 대면할 때마다 아주 괴상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 들고 관객들도 비슷한 공포심을 느끼게 만든다. 그렇게 주인공들과 과거를 대면하다 보면, 과거의 그 문제들이 현재 성인이 된 그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 또한 보게 만든다, 


즉, 주인공들은 과거의 고통을 끊고 벗어나려 애썼지만, 페니와이즈가 27년 만에 다시 돌아왔듯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심과 트라우마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속박하고 영향을 주고 있었다. 영화가 훌륭한 것은 특정 인물의 트라우마만을 집중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물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를 차근차근 따라간다는데 있다. 



어떤 면에서 공포영화로서는 다소 긴 16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다. 또한 공포영화라고 하기엔 후반부를 제외하면 크게 무서운 장면이 없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이 영화가 그만큼 공을 들이는 부분은 인물 각각이 가지고 있는 개별 서사이며 그것을 빠뜨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편을 보고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때 느꼈던 공포심을 그대로 되살릴 수 있을 것이고, 이번에 나온 2편을 처음 본 관객이라고 할지라도 각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심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포영화의 틀을 빌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내는 성장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가 훌륭한 점은 1편의 아역들의 외모와 흡사한 성인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데 있다. 특히나 베벌리를 연기하는 제시카 차스테인은 1편의 아역이 그대로 성장한 모습이라고 보일만큼 닮아있다. 빌을 연기한 제임스 맥어보이의 외모는 아주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아역이 했던 연기 톤과 행동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나 영화는 과거 아역배우들이 등장했던 장면들을 교차 편집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배치시켜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 성을 완벽히 설명한다. 5-6명의 캐릭터의 모습을 배우를 통해 온전히 설명하면서 영화는 말이 안되는 페니와이즈 라는 존재를 완벽히 현실로 끌어당긴다. 이번 영화에서도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는 공포스런 존재의 근원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 말미 주인공들은 어릴 적 '루저'라고 불렸던 또래 친구들과 다시 손을 잡고 자신이 두려워했던 그 트라우마에 맞선다. 그들 개개인이 한 발 더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그 마지막 대면은 그 시절 손을 맞잡고 대항했던 친구들과 함께라면 다시금 대면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비록 그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공포심의 종류와 절망감은 다를지라도 그들이 마음먹고 대면할 때 솟아나는 자신감과 용기는 유년시절이든, 성인시절이든, 본인이든, 친구이든 같다는 걸 영화는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틀을 빌려 유년 친구들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훌륭한 성장영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로 보는 근현대사 사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