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밤이 되면 누워 잠이 든다. 6-7시간 정도 잠을 자는 시간은 하루를 정리하는 때이기도 하다. 뇌 속에 저장된 정리되지 않은 정보를 정리하고, 이런저런 아픈 곳들을 정비하는 시간이다. 낮에 활발하게 활동한 이후라면 더욱 피곤함을 느껴 잠을 빨리 자게 된다. 유아기 시절에는 잠이 정말 중요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내면서 자신의 몸을 성장시킨다.
언제부터 부모님과 따로 잤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초등학교 어떤 시기였던 것 같다. 부모님과 같이 잠을 자거나, 부모님이 나를 재워줬던 기억은 없다. 그런 걸로 봐선 아주 어린 때 방을 나누어 잔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에 부모님은 나와 동생을 어떤 식으로 재웠을까. 안아서 재웠을까. 아니면 같이 누워서 자장가를 불러 주셨을까. 문득 그때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이제 4살이 된 아이는 잠이 조금씩 줄고 있다. 이제 잠을 쉽게 재울 수가 없다. 여전히 아이를 재우는 건 내 몫이다. 정확히 저녁 8시 반이 되면 아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잘 준비를 한다. 잠자는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건 아내의 영향이 크다. 아내도 어린 시절에 무조건 8시 반에 잠을 잤고, 어른이 되어서도 11시 전에는 꼭 잠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의 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이를 8시 반을 넘어서 재운 적이 없다.
시간이 되면 침대방으로 들어가 아이 잠옷을 입히고, 침대를 정리하고 같이 나란히 눕는다. 그렇게 나란히 누워 있을 때면 아이가 부쩍 컸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팔꿈치만 했던 아이는 이제 내 몸의 3분의 1을 넘는 크기로 자랐다. 그렇게 가만히 내 옆에 누워있던 아이가 말한다.
"아빠 나 잠이 안 와요."
"그래? 그럼 우리 빨간 불 볼까?"
아이에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빨간 불을 보자고 제안한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에 서서 자동차의 빨간 브레이크 등을 보고, 빨간 신호등을 보고, 건물에서 반짝 거리는 빨간 점멸등을 본다. 아이와 여러 빨간빛들을 보면서 다들 어디로 가는지, 이제 왜 자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의 눈은 말똥말똥 맑기만 하다.
"아빠 나 아빠가 안고 자장 할래요"
"안아줄까? 그럼 아빠한테 기대서 자장 해요!"
아이는 서서 안아달라고 한다. 이젠 몸무게가 15kg이 넘는 아이를 안고 방을 이리저리 걷는다. 마치 아이가 다시 갓난아이가 된 것만 같다.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댄 아이는 그렇게 잠깐의 시간 동안 가만히 잠을 청하려 노력한다. 팔과 허리의 욱신거림이 시작될 때, 아이는 다시 말한다.
"아빠 나 그림자놀이하고 싶어요"
"그래. 그럼 딱 한 번만 하고 자는 거야!"
다시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고 폰을 아이의 배 위에 올린다. 그리고 천장으로 쏘아지는 빛에 손가락을 넣고 다양한 상황극을 펼친다. 때론 티라노 사우루스가 되고, 악어가 되고, 토끼가 되어 아이와 붙잡기 놀이를 한다. 한참 깔깔대던 아이와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이후 플래시를 끄고 다시 잠을 청한다. 아이는 이제 내 몸 위로 올라와 안아달라고 한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잠이 든다.
잠든 아이를 살며시 옆으로 옮기고, 이불을 정리하여 잘 덮어준다. 곤히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하루 동안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피곤했을까. 푹 자고 내일도 재미있게 놀아야 할 텐데.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아이의 볼과 이마에 뽀뽀를 하고 방을 나온다.
사실 누군가 자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상대방이 가장 편안한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와는 다르게 아내가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측은함이 든다. 늘 일에 지쳐 있는 아내가 잠을 든 모습에서는 하루 동안 얼마나 고생했을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내일은 또 얼마나 힘들게 일할 지에 대한 생각들을 떠올린다. 언젠가 한 번은 아내가 먼저 잠들고 내가 조금 늦게 침대로 갔던 때가 있다. 침대로 올라가는 순간, 아내는 심각하게 무서운 듯한 신음소리를 냈다. 내가 얼른 자리로 들어가 손을 잡자 이내 안정을 찾았다. 아마도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꿈을 꾼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아내의 볼과 이마에도 뽀뽀를 하고 잠을 청한다.
매일 잠을 청하기 전 아내와 아이의 자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무슨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르게 편안한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그들을 챙기고 몸을 더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밤마다 꿈나라로 떠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아이가 자기 전 하는 자기 전 놀이들이 많더라도, 아내가 힘든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어도 늘 잊지 않고 인사를 한다.
"잘 자요. 사랑해. 행복한 꿈나라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