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우는 아내에게 건네는 위로

by 레빗구미




울음은 내게 꽤나 친숙하게 다가오는 행동이다. 자기주장이 강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억울한 일이 있으면 쉽게 울음을 터뜨렸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화나거나 억울한 일이 있으면 펑펑 눈물을 흘렸다. 왜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울기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가진 기질이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대학교를 가고,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사람들 앞에서 울진 않았다. 그저 힘든 일이 있으면 집에 돌아와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벽을 보며 펑펑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서 잠이 들면 우울한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렇게 울음이 많은 울보였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부모님이 엄한 편이긴 했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기질상 표현을 잘하지 않고 말이 없었던 터라 그렇게 나마 내 감정을 전달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아직도 크게 울었던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상하게 내 울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울음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울보라서 였을까, 다른 사람이 우는 상황을 잘 캐치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싸운 어머니가 훌쩍거릴 때, 집안을 가득 채웠던 우울한 그림자를 기억하고, 동생이 나와 싸웠을 때,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울음을 터뜨렸던 미안함의 공기를 기억한다.


생각해보면 성인이 된 이후 다른 사람에게 내가 우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운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주로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고, 사랑받지 못해 외롭다고 느낄 때 주로 눈물을 흘리는 편인데, 아마도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눈물이 많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아내를 만난 이후 결혼 생활까지 이어지면서 내가 눈물을 흘린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아내와의 만남과 생활이 나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쪽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늘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아내는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연애하던 시절, 나와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아내는 꽤 자주 눈물을 보였다.


"자기 울어요? 왜 울어요? 무슨 일이에요?"

"엄마가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어요. 자기랑 결혼하려면 앞으로 인연을 끊자고요.."



결혼 전에는 주로 장모님과 아내의 전화 통화 이후에는 아내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아내의 큰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볼 때는 설명할 수 없을 감정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화가 났고, 한 편으로는 미안했다. 나와 결혼하기 위해 부모와 대립하고, 설득하고, 그리고 타국의 환경을 견뎌내야 하는 아내의 생활 자체에 대한 미안함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심천 장모님 댁에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날에는 매번 아내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자라온 그 집을 떠나 다시 타국으로 가야 하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최근에는 그런 눈물을 보긴 어렵지만 결혼 초만 하더라도 아내는 늘 불 꺼진 침대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내의 손을 가만히 잡는 것뿐이었다. 그때는 어떤 말로도 아내를 위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한국에 가기 싫어요... 우리 나중에 중국에서 와서 살 거죠?"

"그럼요 우리가 올 수 있어요. 자기가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아요. 내가 자기 눈물 볼 때 참 마음이 아파요"

"고마워요"


girl-690327_1920.jpg


아내는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넘치고 소녀 같던 모습을 감추었다. 아내가 울던 모습이 이제는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과거와는 다르게 확신이 넘쳤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꿋꿋이 해결해 나갈 것 같은 태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일을 바쁘게 하던 아내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알아챘다. 가만히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과거에 봤던 그 우는 아내 그대로다. 아마도 아내가 가지고 있던 눈물의 모습은 자신감이라는 큰 무기 아래, 지금까지 잘 감추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내는 비즈니스를 같이 하던 사람들과의 문제로 약간의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 편으론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봤던 아내의 진짜 모습은 여전히 아내의 마음속에 있다는 생각이 스치며 다시 아내의 손을 잡았다. 이번엔 뭔가 말을 해줘야 했다. 사람 문제는 늘 있을 거라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잘 안 맞는 사람도 있다고.


"무엇보다 당신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내가 옆에서 봐서 아니까요"


아내와 아이가 잠든 늦은 밤, 오랜만에 가만히 앉아 눈물을 흘렸다. 아내의 눈물이 내가 감추고 있던 눈물도 끌어올렸던 것 같다. 한국에서 최선을 다해 아내를 도와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음식도 환경도 익숙하지 않은 타국에서 아내는 여전히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 중국으로 가게 되면 반대의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그땐 내가 눈물을 보이면 아내가 가만히 손을 잡아 줄 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눈물을 닦아내며 다시 한번 다짐한다. 지치지 말자고.


요즘 들어 떼쓰는 모습이 늘어 금방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아이의 모습에서도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우는 아이와 아내를 볼 때 내 마음은 쪼그라든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어쩌면 가족이라는 것, 부부라는 것은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토닥여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랑을 하고, 격려해주고, 따뜻함을 불어넣어 주는 행위는 그 가족을 지켜주는 끈이자 아픔을 치료하는 치료제다. 우는 그들의 손을 잡고, 가만히 안아줄 때 그들이 받는 위로감을 나도 느낀다. 이렇게 앞으로도 서로의 눈물을 닦으며 서로 위안이 되는 존재가 되길 간절히 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가 꿈나라로 떠날 때 하는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