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것은 자꾸만 멀리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거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색한 자리를 피하거나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결국에는 정말 비슷하거나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들이 친구로 남았다. 그래서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의 숫자는 손에 꼽는다.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 숫자는 현저히 준다.
사실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여러 번의 이사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친구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한다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좋지 않은 습성 중 하나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를 이 습성은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적지 않게 남아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기 위해 하게 되는 소개팅도 어색한 순간이 싫어 꽤 많이 외면했다. 직장 생활을 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30대 중반을 향하던 때부터 조금씩 그런 낯선 상황에 도전하고 싶어 그 습성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 사람과의 공통점을 찾아나간다.
아내와 만나게 된 것도 어쩌면 내 습성을 변화시키기 위해 분투하던 시절의 결과일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만남을 제안하고 결국 연인에서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은 그렇게 낯설음에 도전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게 아내에게 건넨 말을 시작으로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찾아나갔다. 비슷한 노래를 좋아하고, 비슷한 음식을 좋아하고,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꽤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같은 취향의 취미를 공유하고, 같은 관점에서 결혼을 준비한다. 서로가 좋아하는 집을 구하고, 가구를 구하고 집을 꾸민다. 상대방과 같은 시선으로 무언가를 같이 해 나가는 것이 어쩌면 결혼을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아이언맨이 좋아요. 뭐든지 다 만들 수 있고 똑똑하잖아요!"
"어. 나는 캡틴 아메리카가 좋은데, 책임감 있고 희생적이잖아요."
어느 날 마블 영화들을 보다가 아내와 이야기했었다.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는지 물어봤을 때, 아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언맨을 꼽았다. 자신감 넘치고, 유머러스하고 똑똑하다는 것에 아내는 빠져있었다. 반면 나는 유머는 없지만 진중하고 믿음직한 캡틴 아메리카를 골랐다. 서로 너무도 다른 캐릭터를 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각자의 캐릭터가 최고라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 논쟁은 어벤저스 시리즈가 끝나가는 시점까지 계속되었다. 두 사람이 각각 너무나 다른 성향의 인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각자가 좋아하고 바라는 인물 상이 완전히 달랐다
그건 아주 작은 시작이었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니 서로 다른 점이 많이 보였다. 중국 사람들이 그렇듯 아내는 찬물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찬물을 좋아했다. 아내는 단 것을 싫어했지만, 나는 달콤한 초콜릿을 좋아했다. 또한 아내는 고기를 좋아했지만 나는 고기와 함께 많은 야채를 먹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서로 다른 점을 꼽자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그렇게 서로 다른 것들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점점 많아졌다.
심지어 서로를 바라보던 관점 자체도 달랐다. 아내에게 나는 어디까지나 똑똑하고 멋있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유머러스한 말들까지 잘하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마치 아이언맨처럼 뭐든지 척척 해결해 내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반면 나에게 아내는 수줍은 소녀의 이미지였다. 진중함 속에 귀여운 모습까지 있어서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이미지가 내가 가진 아내의 이미지였다.
지금은 각자 조금은 다르게 상대방을 보는 것 같다. 나는 상대적으로 우유부단하고 생각보다 재미는 없다. 그래서 오히려 예전보다 여성스럽게 보여지는 부분이 많다. 반면 아내는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결혼하고 7년이 되어 가는 지금에서야 그 모습이 보인다. 서로 공통점이 많은 것처럼 보였던 우리들에게 서로 다른 점들이 하나하나 발견되고 이제는 그것을 셀 수도 없다. 과거에 "중국 여자는 드세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실제로 아내는 부드럽고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신감이 넘치는 비즈니스 우먼이 되어 있다. 내가 과거에 전혀 몰랐던 아내의 모습이다. 이건 아내가 중국 여자라서 가지고 있는 특성이 아니다. 이건 온전히 그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던 특유의 성향이 이제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사람의 성향이라기보다 아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향이다.
어쩌면 결혼이라는 건 서로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과 함께 서로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를 발견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떤 물건을 살 때도 아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지 이제야 조금 알게 되고, 어떤 곳으로 놀러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발견은 아주 작은 부분일 수도 있다. 평생 상대방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확인해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아내가 나와 완전히 같지 않아서 우리는 각자만의 취미를 가질 수 있고, 그 내용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피하고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다시 찾게 된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무언가를 할 때, 서로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어느 날 아내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그 인물이 되고 싶다고.
"나 자기의 아이언맨이 되고 싶어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자기가 이미 잘하고 있는걸요"
아내는 어쩌면 우리가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서 그 인물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한 각자의 다름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씩 바꾸었고, 그건 아마 앞으로도 조금씩 바뀌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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