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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Sep 30. 2019

절박함으로 가족을 복제하다

-<레플리카>(2019)






모두가 결혼을 한 후 가정을 꾸리면 그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나 아이가 생긴 이후 부모가 되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일적인 성취를 잠시 내려놓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일의 성공에 보다 집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가정에 집중하려고 하기도 한다. 두 타입은 서로 아주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가족의 행복을 위해 택한 결과다. 꽤 많은 사람들은 일과 가족, 두 가지를 모두 찾으려 하지만 그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평일엔 직장의 일에 보다 집중하지만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어딘가로 떠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도 챙기고 가정도 챙겨야 하는 균형을 찾으려 애쓴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뒤로 하고 일에 집중하는 것은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안정감을 사라지게 한다.  


힘들게 일과 가족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때, 가족이 목숨을 잃으면 그 가족의 삶은 깊은 수렁에 빠진다. 다시 불러볼 수 없는 가족의 이름, 가족의 소지품 같은 흔적들을 부여잡고 그저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렇게 죽은 이를 불러보지만 다시 그를 불러낼 방법은 없다. 만약 죽은 이의 두뇌와 DNA를 이용해 그 사람을 복제하여 살려낼 수 있다면 가족들은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현실 속에서 인간 복제나 죽은 이를 다시 살리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기술이 개발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과감히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실제로 가족을 잃은 많은 이들이 잃어버린 가족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보길 원한다. 그렇게 다시 원래의 균형 잡힌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는 그 가족의 삶을 일종의 집착으로 바꾸어 버린다.



SF 장르를 빌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영화 <레플리카>는 SF 장르를 빌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윌 포스터(키아누 리브스)는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를 로봇으로 복제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 책임자다. 기본적으로 두뇌의 구조를 파악하여 인간의 두뇌를 그대로 복제하여 기계 몸에 이식하는 것을 연구한다. 전형적인 일 중독자이지만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는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 이기도 하다. 아내 모나(앨리스 이브)는 그런 윌을 이해하면서 아이들에게 윌이 왜 그렇게 바쁜지를 잘 설명하고, 힘들어하는 남편도 위로할 줄 하는 존재다. 그래서인지 윌은 연구소의 일이 매번 실패할지라도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할 기운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SF 장르 영화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특수효과들을 보여주면서 사고로 가족 전부를 잃은 윌의 모습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사실 그 사고가 윌 본인 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영화 내내 죄책감을 느낀다. 아내, 그리고 세 아이를 물속에서 건져내고 오열하는 윌의 모습에서 그가 느끼는 절망감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연구를 응용하여 죽은 가족들의 뇌에 남겨진 정보를 이용하여 인간복제를 진행한다. 그건 실험이 아니고 윌 자신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그가 느낀 절박함은 불법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고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프로젝트에 매달리게 만든다. 


중간중간 집안에 남겨진 가족들의 흔적은 그를 더욱더 괴롭게 한다. 아이가 그린 그림, 가족들과 찍은 사진들, 아이 키를 쟀던 흔적 등 그런 가족이 남긴 모습을 보면서 윌은 더욱 의지를 다진다. 영화는 내내 윌이 복제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그리는데,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윌의 감정적인 측면에 더욱 집중한다. 가족이 한꺼번에 사라졌을 때, 가정이 아닌 외부에서의 어떤 반응과 윌의 감정적인 느낌을 전달하며 영화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반면 과학적 설명이나 이야기 상의 논리를 일정 부분 포기한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좀 더 속도감을 가지게 되고, SF 장르보다는 가족 모험극에 가까운 모습을 가지게 된다. 



가족을 잃은 절박함으로  죽은 가족을 복제하는 주인공


윌은 직장동료(토머스 미들디치)와 복제인간을 만들고 실제로 자신의 가족을 되찾지만 그 기간 동안 직장에 소홀하고 회사 장비를 훔쳐 사용했기 때문에 사업주로부터 압박을 받고 그가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취소된다. 사실 윌은 애초에 일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삶을 살아가던 존재였다. 하지만 비극적인 경험을 하면서 좀 더 가족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일을 포기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옆에 있는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하게 곁에 있을 것만 같은 가족은 한순간에 이별을 할 수도 있다.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여 가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과 어떤 시간을 보내는 지도 중요하다.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주변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그들은 윌과 같이 다시 가족을 찾아올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족을 별로 알지 못했던 윌이 죽은 가족들의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문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아갈 때, 윌의 당황스러운 표정은 그가 얼마나 가족들을 몰랐는지를 드러낸다. 비록 그가 바쁜 연구 속에서도 짬을 내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가 가족은 온전히 다 알지는 못했다. 그저 말없이 그의 옆을 지켜주고 조언을 해준 아내만이 윌을 이해하고 그의 편이 되어준 유일한 존재다. 복제인간으로 돌아온 아내 모나는 그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오히려 남편을 걱정한다. 



영화 <레플리카>는 복제인간의 윤리적 판단이나 논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 기술을 실행해야만 가족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남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을 찾는 과정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윌은 영화 내내 가족들에게 자신과 그들의 비밀을 감추지만, 그는 결국 가족들과 모든 것을 나눈다. 영화 후반부에는 일종의 악당이 등장하여 극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는데, 영화 속 등장인물 중 하나였던 그가 갑자기 악당으로 변하는 모습은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위기 상황을 만들어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키아누 리브스의 영화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 내내 평소보다 더 낮은 저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윌이라는 인물이 가진 진중함을 표현하는 한 편, 약간 기계적인 음색을 내면서 그가 기존에는 로봇 같은 성향의 연구자였다는 사실을 내내 관객에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대부분의 러닝타임에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하면서 영화 중반까지는 거의 일인극에 가까운 전개를 보여준다. 일중독자였던 윌이 절실히 가족을 다시 찾는 캐릭터로 변모하는 과정이 키아누 리브스의 얼굴에 담겼다. 어쩌면 실제로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키아누 리브스의 감정과 생각이 영화에 그대로 담겼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 <레플리카> 속의 그의 연기는 좀 더 절박하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논리적 전개가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주제에 집중하면서 영화적 속도감과 재미를 잃지는 않는 SF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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