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해 왔다. 일종의 공모전이라고 할 수 있는 브런치가 직접 하거나 대행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들은 각 이벤트 주제에 맞는 글을 써서 응모한다. 아마도 브런치 작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이벤트에 참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서 뽑히는 사람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영화 시사회 기회가 주어지는 무비 패스 같은 대규모 패널을 선발하는 이벤트는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에세이나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같은 것들은 웬만한 글 실력이 있지 않고서는 당선이 쉽지는 않다.
나 같은 경우는 그런 이벤트에 대부분 응모를 하지만 대부분 떨어진다. 그래서 해당 이벤트 발표일이 되면 우울해지기도 한다. 꽤나 감성적인 성격 탓에 당일에는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이 감정을 아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늘 실패하는 이미지가 될까 봐, 조금은 부끄러워서 그저 혼자 감정을 삼키며 다른 것에 몰두한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늘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한다. 그저 통과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때, 글쓰는 플랫폼에 글을 쓸 수 있게 된 그때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조금은 발전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그러면 이내 그런 서운하고 답답한 감정이 조금은 수그러든다.
부쩍 큰 아이는 요즘 들어 승부욕이 넘친다. 누구 문 앞에 빨리 가서 1등을 하는지 내기를 하자고 하거나, 누가 빨리 밥을 먹는지 내기를 하자고 해서 1등을 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겠지만 누군가를 이기고 1등을 한다는 것이 그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듯, 2등이나 꼴찌라고 하면 바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면 나와 아내는 아이를 잘 달래준다. 아이는 금방 눈물을 그치지만 이런 상황이 최근에 많아졌다.
한국 나이로 6살이 된 아이는 이렇게 잘하고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 많아졌다. 나와 아내도 그런 아이를 보고는 최대한 지려고 노력한다. 여러 가지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면 아이는 더욱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가끔 내가 장난으로 1등이라고 하면 바로 또 눈물을 뚝뚝 흘린다.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좋다는 것을 느끼는 건, 아이의 본능일까 아니면 어린이집과 집에서의 여러 활동을 경험하여 배운 것일까. 아마도 후자 쪽이 더 가까울 것 같다.
어느 날 아이가 친구와 씽씽카로 시합을 하고 조금 늦게 결승점에 도착했다. 아이는 펑펑 울면서 주저앉아 버린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도 아이를 꼭 안으며 좋은 말로 위로한다.
"당근아 꼭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야. 아빠가 보니까 정말 열심히 달리던걸?"
"아니야!!! 싫어!!"
하지만 아이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참을 펑펑 울어버린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겐 누군가의 경쟁에서 진다는 것이 어쩌면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늘 아이를 재우며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이기라고. 그런데 니가 2등, 3등, 꼴찌라고 하더라도 아빠와 마미는 계속 똑같이 사랑할 거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럼 아이는 왜냐고 묻는다.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어떤 설명을 해야할 지 막막해졌다. 그냥 '사랑하니까'라는 답을 해주었다. 아이는 그럼 또 기분이 좋은지 깔깔거리며 방귀 이야기로 주제를 옮긴다.
실패, 탈락, 꼴등이라는 단어를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느껴진다. 아이는 아직 이 단어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어른들도 평생동안 이 단어들을 다 받아들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어떤 나이대의 사람이던지 계속 실패, 탈락과 만난다. 누군가는 한 번에 성공하고 누군가는 여러 번의 반복한 끝에 성공한다. 평생 그 과정을 계속 겪어내며 살아가는 게 삶의 과정 중 하나인 것 같다. 가능하면 꾸준함, 도전, 기회 같은 단어들을 생각하고 싶다. 몇 번의 실패가 끝은 아니니까 계속 노력하고 시도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좀 더 성장시킬 테니까.
아내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려 노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부정적인 나의 걱정이나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의 실패에도 다시 도전한다. 이런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이가 그런 성향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 1등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니 그 노력을 계속 이어 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도 무수한 실패를 최근까지 경험하고 있는 나도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도 계속 꾸준히 쓰고 있다. 다른 의미에서 계속 혼자만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여러 이벤트에 참여하고 또 탈락할 것이다. 그러다 어떤 이벤트는 당선될 수도 있다. 늘 참여하기 전에는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가능하면 그런 긍정적인 꿈을 계속 가지고 싶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