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사이 생각의 간극

by 레빗구미



원래 올해 초 아이와 아내는 중국으로 가서 생활하기로 되어있었다. 아내의 일을 좀 더 수월하게 하고 중국에서 아이가 자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연초에 준비하여 실행하고, 나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삶을 계획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컸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그 일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잠정 보류 상태다. 이것은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좋지 않은 것들도 주고 있다.


아내는 출장을 가지 못하고 가까운 중국 지인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면서 몇 번의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겪었다. 여전히 그 감정은 진행 중이다. 벌써 결혼 8년 차인 우리에게 어쩌면 권태의 시기가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에 대한 뜨거운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면, 그 사람에게 기대했던 것이 과연 상대방에게 있는지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지금의 나는 아내가 기대하던 그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아내의 모습도 내가 보아온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기념일을 챙기며 상대방에게 따뜻함을 주려고 노력하는 나는 아내의 감정적인 사랑 결핍 같은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아내가 바쁘면 아이를 챙기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내에게 최대한의 시간을 보장하려 노력한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하지만 아내의 기대는 조금 다르다. 이성적으로 좀 더 내가 성공지향적이고 발전 지향적이길 원한다.


결혼하기 전부터 이야기해왔던, 중국어 공부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 위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거나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것에는 나 자신이 아직 미치지 못한다. 아내는 그런 모습들에서 실망을 하고 있다. 내가 결혼 전 아내를 만나면서 본모습은 나를 바라보고 믿는 모습이다. 사랑한다는 감정을 전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행동들은 지금 아내의 모습에서는 보기 어렵다. 그런 점은 나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아내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또 어느 정도 성취감을 느끼면서 좀 더 자신의 자아를 키우고 발전시켜나가는 것 같다. 어쩌면 이미 가지고 있는 성공 DNA를 찾아 그것을 계속 성장시켜 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가족도 중요하지만 일도 중요하다. 계속 무언가를 배우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아내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런 아내의 특성상 배우자인 나에게도 그렇게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런 아내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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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로의 본모습을 진정으로 보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상대방이 지향하는 모습이 무엇이고, 어떤 것에 실망을 하는지를 결혼 8년이 지난 이제야 조금씩 확인하고 있다. 서로가 가진 간극은 바라보는 모습을 판단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나는 내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내의 기준에서는 한참 못 미친다. 각자가 가진 기준과 생각은 꽤 차이가 크다.


다시 글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모든 것이 코로나로 인해 더욱 부각된 것이다. 아내는 출장을 다니며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몸은 피곤해도 출장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장소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을 즐긴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일로 인한 성취감을 느끼느라 나와 아내의 관계 혹은 지향점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코로나로 발이 묶이면서 아내는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자주 보는 사람은 나와 아이, 그리고 영어 선생님 정도다. 이런 상황이 1년이 다 되어 가면서 아내의 생각과 감정에도 영향을 주게 된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고민되는 시기다. 아내의 말을 따라 글을 쓰기 시작했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돈을 번다거나 큰 성과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발전시켜 나가는 길인 것은 틀림없다. 언어적인 공부는 사실 쉽지 않다. 더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감성적으로 꽃다발을 주거나,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것은 계속해야 하지만 아내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감성, 아내는 이성이 좀 더 강한 편이라는 것을 점점 느껴가고 있다.


결국 아내와의 관계도 사람과의 관계다. 지속적인 사랑이 동반되지만 서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도 꽤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내의 그런 답답함을 해소시킬 방법은 없다. 코로나가 얼른 지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아내와 나도 그런 어두운 터널을 잘 지나가길 바란다.


이번 주는 나와 아내가 만난 지 3,000일이 지났다. 알람을 확인하고 저녁을 먹고 아이와 밖으로 나가 꽃다발을 사 와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는 고맙다는 말을 한다. 아이는 꽃을 보고 자신의 것인 양 좋아한다. 꽃은 시들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와 감정은 여전히 남는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더 이상 아내에게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전달하는 감정과 생각들이 오래도록 아내 곁에 남았으면 좋겠다. 그 진심이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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