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졸업식 그리고 쌓아 올린 시간들

by 레빗구미





2년 전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을 들어가게 되었다. 온전히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며 육아를 가야 했던 그 당시는 어린이집에 간다는 것이 다행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걱정이 나와 아내의 마음을 괴롭혔다.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다른 아이와 다투지 않을지 걱정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첫 달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건을 던지기도 하고, 부모인 우리와 떨어지기 싫어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가던 날을 기억한다.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발길을 돌리는 그 순간 아이는 눈물을 보이고 나와 아내는 조금은 냉정하게 뒤를 돌아 집으로 와야 했다. 그렇게 아이를 우리와 떨어뜨렸다.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과 조금씩 시간을 쌓아 올려 가야 했던 그때, 다행히 아이는 잘 적응하고 자신 만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소풍도 가고, 뭔가를 배우기도 하고, 체육대회에서 선수로 뛰기도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만난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날을 맞았다.


나와 아이와도 꾸준히 같이 시간을 쌓아왔다. 아이를 처음 만나던 날, 너무나 작고 조금은 까맣게만 보였던 아이. 너무나 조심스럽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며 서투른 육아를 시작했던 그 날부터 나와 아이는 시간을 쌓고 있었다. 실수를 하고, 때론 화도 냈지만 또 즐겁고 행복하게 아이와 보냈던 그 시간들은 이제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아빠를 찾고 의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주 바쁠 때를 제외하고는 아이와 장난감으로 같이 놀며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이 컸던 것 같다. 아이는 여전히 나에게 여러 장난감 캐릭터의 목소리를 요구하고, 나는 기꺼이 아이의 하나뿐인 성우가 된다. 어느 날 아이가 묻는다.


“아빠는 왜 자동차 친구들이랑 옥토넛 대원들 목소리를 다 낼 수 있어요?”

“새나 아빠니까 다 할 수 있지~!”


이렇게 많은 캐릭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깔깔대며 시간을 쌓아 올린 덕분이다. 그 시간에 내가 아이와 놀아주지 않았다면, 계속 늦은 시간에 들어와 아이의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그런 것들을 다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아이가 좋아했던 그 장면들을 떠올리며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낸다. 그걸 듣고는 아이는 또 다른 캐릭터 장난감을 가져와 해 보라고 시킨다. 하지만 같이 보지 않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의 목소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비슷하게 낼 수가 없다.



지난주 아이의 졸업식이 있었다. 사실 어린이집에서도 졸업식을 한다고 해서 조금은 놀랐다. 사실 졸업식이라기 보단 집에 가는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 두고 아이가 마지막으로 집에 가는 것을 기념하는 것에 가깝다. 아이가 선생님을 따라 빨간 카펫 위를 성큼성큼 걸어온다. 손에는 졸업장과 상장을 들었다. 나와 아내는 미리 준비한 작은 꽃다발을 아이에게 건넨다. 이미 아이는 자신은 하얀 꽃을 원한다며 아침에 자신이 원하는 꽃의 색깔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었다. 그렇게 아이가 원하는 꽃을 건네고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부모님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의 졸업식을 본다는 것은 참 뿌듯한 일이다. 내가 졸업할 때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성적이 좋지 않아도, 그저 조용한 학생이어서 특별한 상을 받지 않았어도 배움의 한 과정을 마치는 그때 나를 보는 부모님도 뿌듯함을 느꼈을 것 같다. 나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어색하지만 사진도 찍었던 나의 졸업식들. 아마도 그 순간들은 어딘가에 사진으로 남아있거나, 부모님과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아이가 성장했던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다. 씩씩하게 어린이집에 가고,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다 이야기해주고, 배웠던 어떤 것을 같이 해보자고 하는 아이. 그렇게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자신만의 시간들을 쌓아 올려 지금 이 자리에 왔다. 아직 아이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 2년 동안 너무도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앞으로 가는 그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고 있다.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어도 또 그곳에서 새로운 시간을 하나하나 쌓아간다. 아이는 새로운 유치원에 가게 될 것이고, 그곳에서도 또 자신만의 시간을 쌓아나갈 것이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와 아내는 약간의 걱정을 가지고 아이를 새로운 곳으로 보내겠지만 이전에 그랬듯 아이는 잘 해낼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내가 여러 가지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일하기 바빴고, 계속 샘솟는 내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에 그것을 볼 여유가 없었다. 사실 일을 하며 쌓는 경력도, 아내와 보내는 시간들도 모두 내가 하나씩 쌓고 있는 시간들이다. 아이를 기르며 시간을 보내고, 여러 영화 리뷰를 쓰며 여전히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괴롭힐 때면 그것을 잘 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 깊이 있던 ‘포기’라는 감정이 떠오른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화를 내면 그저 외면하고 싶고 리뷰를 쓰는 것이 그저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져하고 싶지 않아 진다. 그럴 때면 나만의 시간을 찾는다. 아내에게 부탁해 육아에서 잠시 떨어지고, 글 쓰는 걸 잠시 쉰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즐겁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 그 시간도 이제는 쌓아가야만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아이의 졸업이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또 아이가 새롭게 유치원에 입학하는 모습을 마음에 담을 것 같다. 아이와의 시간, 아내와의 시간 그리고 나 자신의 시간을 잘 쌓으며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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