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고도 벌써 5월이 되었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생활엔 큰 변화가 없다. 직장 일을 하고,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고, 영화 리뷰 영상을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먼저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그 4가지의 주요 일정을 소화하며 한 주 한 주 보내다 보면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가 있다. 40대에 들어선 지금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의 한가운데에서 잠시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여전히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내 모습은 마음 깊숙이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고 내가 친 장막으로 나를 다 보여주지 않으며 많은 활동들을 해 나간다. 10대와 20대를 거쳐 만들어진 이 장막은 40대에도 여전히 나의 행동을 조정하고 있다. 그런 장막들을 조금씩이나마 걷어내는 건 옆에서 나를 보는 아내다. 아내는 나의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여러 이야기를 해준다. 물론 귀찮고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그래도 아내의 여러 말 중 내가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은 한 번 도전해 보기도 한다. 그것이 나를 변화시킨다.
지금껏 파마를 해본 적이 없다. 20대 대학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머리 스타일을 어찌해야 할지 잘 몰랐다. 직장인이 되고서야 머리에 왁스를 발라 단정하게 만드는 스타일로 계속 유지해왔다. 거울을 보며 내 머리를 스타일링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매일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영 마음에 들지 않고 모자 라보였다. 그래서 더욱 다른 시도를 해볼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이런저런 걸 시도하면 더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나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그 변화를 가로막았다.
올해 들어 아내가 외모에 변화를 주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무슨 스타일로 변화를 하면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 조금 짜증도 났다. 지금 모습이 이상해서 그런 걸까라는 소심한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내는 중국에서 유행하거나 한국에서 유행하는 여러 머리 스타일들을 찾아서 전달해주었다. 특히 대부분 파마머리들이었다. 파마의 형태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다양한 스타일을 해볼 수 있었다. 그 사진들을 보다 보니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하나를 저장해서 다음 날 바로 미용실로 갔다.
그렇게 인생 첫 파마를 했다. 꼬불꼬불 라면같이 곱실거리는 머리가 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며칠 지나니 또 적응이 되었다. 관리하는 방법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똑같이 해보니 어느 정도 관리도 쉬웠다. 그리고 그 머리에 맞추어 거의 반평생 동안 쓰던 뿔테 안경을 금속테로 바꾸었다. 역시 파마머리와 맞는 스타일로 바꾸었다. 꽤 큰 변화다. 외모 상으로 그 전과 나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회사에서도 꽤 많은 사람이 못 알아보았으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 모습을 본 아이는 깔깔거리며 왜 라면머리를 했냐고 묻는다. 그 말을 듣고 나와 아내도 깔깔 대며 웃었다. 꽤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바꾼 이후, 마음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덜 신경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의 외모에 대한 문제를 너무 다른 사람의 평가에만 의미를 두었던 것 같다. 일단 나 자신이 만족해야 그것을 좀 더 돋보이고 어울리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이상하게 보여도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나는 늘 나를 보지만 다른 사람은 날 그렇게까지 자세히 보지 않는다. 내가 이상하게 느껴도 남에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내가 보는 나의 눈에 내가 이상하게 보이는 건, 어쩌면 자신감의 결여가 만든 착시일지도 모른다.
이런 변신 이후에 아내는 여러 가지 의견을 준다. 역시나 할 수 있는 것들은 시도해보고 영 마음이 안 내키면 내버려 둔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요즘은 아내와 나란히 앉아서 업무를 볼 때가 많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도해보는 아내의 옆에서 나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다. 외모를 다르게 바꾸고 이런저런 글을 써본다. 그리고 올리는 영상에 약간의 변화를 준다. 이에 더해 내 글과 영상에 대한 광고도 조금 해본다. 소액의 투자로 내 리뷰들을 다양한 매체에 업데이트하고 공유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하나씩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면 1년 후, 5년 후의 나는 또 달라져 있겠지.
코로나로 인해 막힌 가장 큰 벽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아내는 고국인 중국으로 가지 못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중국에 계신 장모님은 손녀와 딸이 보고 싶어 영상 통화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신다. 아내도 중국에 가서 이런저런 일들도 하고 지인들도 만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아내는 요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찾아서 먹어보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북경오리 전문점, 광동요리 전문점 등 정말 중국식으로 하는 요리 집에 가서 맛을 보고 vlog도 찍는다. 그리고 미용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도 다니고, 요가도 시작했다. 아내는 계속 무언가에 몰입해서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다. 그저 새롭게 해나가야 하는 무언가에 집중한다.
아내의 도전에 나도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해보려 한다. 40대인 지금도, 앞으로 맞을 50대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나이 듦을 잊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면 좋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내 생각이나 발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니까. 그 시도가 내 안에 있는 소심함과 자신감 없음을 조금은 눌러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