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2018)
스필버그가 마음 먹고 찍은 완전 오락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얼마 전에 더 포스트(2017)를 만들어 개봉했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사실 계속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찍고 있었다. 이 영화를 찍고 마무리하는 시점에 잠시 시간이 났을 때, 더 포스트를 꼭 찍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그 영화를 찍고나서는 레디 플레이어 원의 마무리 작업을 했다. 더 포스트는 무게감이 있는 역사물이고, 레디 플레이어 원은 SF액션 오락영화다. 이렇게 스필버그는 전혀 다른 장르를 좋은 완성도로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다. 특히나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필버그가 그동안 잘 만들어왔던 SF 장르로 돌아와 그의 장기를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이 2011년에 출판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소설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좀 알려져 있었고, 영화와는 많은 내용이 겹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소설 안에도 80, 90년대의 여러 영화와 게임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헐리우드에서 80, 90년대에는 다양한 게임과 영화들이 나오면서 많은 인기를 누렸던 황금기 였다. 그 때는 즐길 거리가 많지 않고, 컴퓨터 처리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단순한 아케이드 게임이 주류를 이루었고, 각종 게임의 마니아들을 많이 양산했다. 영화에서도 다양한 공포 영화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스필버그를 비롯해, 샤이닝(1980)을 감독한 스탠리 큐브릭 등 다양한 감독이 다양한 장르로 등장했다. 특히나 스필버그는 조스(1975), 이티(1982), 인디아나 존스(1984) 등을 히트시키며 80, 90년대 오락영화의 감독으로 대표적인 감독이다. 스필버그는 그 당시의 대중오락물을 사랑하는 한 개인으로써 그 당시 오락물에 대한 헌사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하고 있다.
80, 90년대 게임/영화 캐릭터의 무수한 등장과 인용
영화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아키라, 드로이안, 티라노 사우르스, 킹콩, 수퍼맨, 배트맨, 닌자 거북이, 프루디 크루거, 아이언 자이언트, 건담, 라라크로포트, 할리퀸, 조커 등 끝없이 많은 캐릭터가 영화 속에 무수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있고, 80, 90년대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영화 속의 VR게임인 오아시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게임이고, 대부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VR 게임 기술은 최근에 많은 발전을 하고 있고,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데, 이 기술이 향후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를 영화 속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가 20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기술발달의 시간을 예측하고 설정한 것일 것이다. 영화 속 오아시스의 개발자인 할리데이(마크 라이언스)가 죽기 전 자신의 게임 속에 이스터 에그를 3개 남겨두었고, 게임을 푸는 방식으로 통과를 하면 3개의 열쇠를 찾게 되고, 그렇게 1등을 차지한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운영권을 모두 넘긴다는 유언을 남긴다. 그 후 주인공인 와츠/파시발(타이 쉐리던) 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그 게임에 참여하여 열쇠를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특히 경쟁기업이었던 IOI 는 많은 직원을 고용해 게임에 참가 시켜 오아시스의 운영권을 가지려고 한다.
세 번의 게임,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컨텐츠에 대한 오마주
영화의 첫 번째 게임은 자동차 경주인데, 이 경주에는 킹콩, 티렉스 등이 게임의 방해꾼으로 등장하고, 게임에 참여하는 등장인물로 드로이안, 아키라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와츠/파시발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드로이안이다. 영화 주인공의 차가 괜히 드로이안인 것은 아니다. 스필버그가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이고, 이 영화의 정서 중 많은 부분이 백 투더 퓨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첫 번째 게임이 벌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킹콩과 티렉스가 도시를 파괴하고, 자동차를 부수는 장면을 보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거기에 드로이안과 사만다/아르테미스(올리비아 쿡)이 운전하는 아키라의 오토바이가 경쟁하는 것을 보다니!
두 번째 게임은 영화 샤이닝 속의 호텔에서 진행된다. 완전히 동일하게 구성된 호텔의 구조와 미장센에 사이버 캐릭터들이 들어가서 그 영화를 경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캐릭터 중 헬런/에이치이 영화 샤이닝을 보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사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샤이닝은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컨텐츠 일 것이다. 그레서 에이치가 경험하는 샤이닝의 모습들은 샤이닝이란 영화가 얼마나 무섭고 대단한 영화인지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이미 샤이닝을 본 관객들도 영화를 보던 때에 소름끼치던 장면들을 재연해 줌으로써, 어떤 반가움과 마주치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게임이다.
세 번째 게임은 예전 아케이트 게임과 관련된 게임이다. 다양한 게임 이름이 나열되고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사실 한국 관객들이 그 모든 게임을 다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 당시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몇몇 게임들은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대신에 마지막 게임에서는 둠 행성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메가 고질라가 건담과 전투를 벌이고, 오버워치 캐릭터, 닌자 거북이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총 출동하여 눈을 즐겁게 만든다.
게임과 영화를 사랑하는 그 사람,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속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IOI 기업의 대표인 놀란(벤 멘델슨)의 아바타는 수퍼맨인 클락켄트다. 수퍼맨은 모든 캐릭터를 단 번에 제압할 수 있는 완벽한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와는 다르게 현실에서의 놀란은 게임 세상에는 전혀 관심없고 돈만 쫒는 캐릭터다. 실제로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영화 아바타(2009)와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게임 속 세상과 현실을 번갈아 교체로 보여주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추격이 실제 게임 속 캐릭터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며 몰입도를 높인다. 놀란은 계속 기업인의 마인드로 게임 오아시스를 대하고, 주인공 팀을 대하는데, 결국 게임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그 게임의 주인이 된다. 최초 개발자인 할리데이가 이스터 에그라는 수수께끼를 남기면서 죽으려고 했던것은 게임의 운영권을 정말로 오아시스를 아끼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일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무수한 모바일 게임이 등장한다. 앞으로 VR게임도 많이 대중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말로 많은 사람을 확 휘어잡을 만한 게임 컨텐츠는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영화도 예전처럼 마니아들을 양산하는 작품이 많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정말로 게임과 영화를 사랑하는 진정한 사람이 만든 컨텐츠라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라는 것이다.
영화의 몰입감은 상당하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많은 캐릭터를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몇 개정도는 들어봤을 캐릭터가 많다. 특히나 공포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처키나, 프루디 크루거 등이 등장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나오는 캐릭터를 다 알아본다면, 이 영화에 만점을 줄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는 스필버그의 사랑이 묻어난다. 그걸 보고 즐기는 우리도 그 모습을 사랑하게 된다. 캐릭터 뿐 아니라, 내용 전개도 굉장히 빠르고 쿨하다. 영화 속에서 지루하다고 느낄 만한 장면이 별로 없고, 오아시스 내부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완벽히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영화가 숨가쁘게 진행되는 동안에 같이 숨가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영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 중 주요 인물을 맡은 타이 쉐리던, 올리비아 쿡 등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신인 배우들이다. 신인 배우들을 주요 캐릭터로 배치하면서 우리가 아바타 캐릭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나이든 개발자나 개발자 친구 들을 조금 유명한 배우들을 쓰면서 많은 등장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기억할 수 있게 균형이 잘 잡혀있다. 주요 배우 들이 신인이라고 하더라고, 타이 쉐리던의 연기는 밝고 경쾌해서 과거의 샤이아 라포프의 신인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비록 가상 게임 공간인 오아시스에서 주요 전투나 액션 장면들이 벌어지지만, 결국에는 실제 현실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영화다. 과거 80, 90년대의 다양한 컨텐츠들은 즐길만한 컨텐츠가 많지 않고 기술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플레이 되었는데, 특히 이스터 에그 같은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 들을 게임이나 영화 속에 숨겨 둠으로써 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지금도 다양한 게임이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스터 에그 같이 우리 기억 속에 남을 만한 추억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20-30년이 흐르고나서 이 당시를 추억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이 때 우리가 즐겼던 영화나 게임을 가지고 ‘레이 플레이어 투’ 같은 영화를 만든다면 추억할만한 컨텐츠가 있을까? 문든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