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멀어지는 것이 두려운 순간

by 레빗구미




한 살 어린 남동생을 너무 귀여워했다. 동생이 중학교에 들어가는 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돌아온 동생의 동그란 머리 모양이 너무 귀여워 수시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 살 터울이어서 투닥거릴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친구처럼 잘 놀며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할 시기가 되면서 동생은 내가 머리 만지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때도 나는 여전히 귀여운 동생이었기 때문에 자꾸만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쳐댔다. 아마 그즈음이었을 것 같다. 나와 동생 모두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는 과정을 거쳐오며 조금씩 동생과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동생과의 기억 중에서 후회되는 일들은 모두 동생에게 짜증을 부렸던 때다. 뭔가가 잘 안될 때, 괜히 동생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낼 때가 있었다. 한 번은 어떤 공연을 갔다가 표 사는 법을 몰라 둘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을 때, 너무 실망한 데다 부끄러워 동생에게 화를 냈다. 그 뒤 동생은 한 동안 나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에 내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내 성격 상 조금 짜증 나는 일은 참고 넘기는 편이다. 하지만 그걸 쌓아놓고 폭발하듯 터뜨릴 때가 종종 있다. 아내와 만나면서 그런 때가 가끔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는 불만이 있으면 그때그때 바로 이야기를 하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수도 없이 듣고 아내의 말대로 불만을 바로바로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폭발하듯 이야기하는 빈도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그런 식으로 성격을 드러낼 때가 있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는 이쁘다는 점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귀엽게 보였다. 조금은 어리숙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보호본능을 이끌어내기도 했고, 가끔은 머리를 쓰다듬거나 나도 그런 모습에 동화되어 귀여운 척하기도 했다. 나를 볼 때 눈이 하트가 되었던 그 귀여운 여인은 여전히 내 옆에 있다. 연애 기간까지 하면 10년을 만난 아내는 맨 처음의 그 귀여운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일에 완전히 몰입하고 아이를 척척 챙기는 아내의 모습에서 그런 초기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또한 물질적인 사랑의 기간이 끝나면서 이제는 약간은 우정과 같은 관계로 변했다.



다행히 아내에게는 동생과의 기억과 같은 후회되는 순간은 아직 없다. 아내의 귀여운 모습이 사라져서 아쉽긴 하지만 여전히 내 옆에서 내가 잘 되길 빌며 도움을 준다. 사실 처음에는 지금 아내의 모습에 아쉬움이 많았다. 동생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처럼 아내와의 관계도 그렇게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그건 어쩌면 가장 가까웠던 누군가와의 관계를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 두려움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데, 근본적으로 나라는 존재는 관계가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내도 나도 지금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비록 동생과의 관계는 성인이 된 이후 멀어졌지만 아내와는 한 집에 살면서 지속해나가야 할 존재가 되었다. 여전히 나는 철이 없다고 느껴지고 아내는 좀 더 나은 존재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아내의 말에 따르며 나 자신을 발전시키려 애쓴다. 그렇게 해나가는 것이 상실감과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당근이 와 나는 좋은 친구다. 물론 아내와 당근이도 아주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 귀엽기만 한 아이를 옆에서 늘상 보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아이가 좀 더 크면 이런 귀여움은 조금씩 사라져 갈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의 관계는 조금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이미 동생과 아내에게 느끼던 귀여움의 감정이 없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느끼는 그 귀여움의 감정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동생과는 완전히 멀어진 관계가 되었고, 아내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이와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아이가 멀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이가 쑥쑥 커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런 시기가 오면 내가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생각하기도 한다. 늘 가까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특정 시기가 지나면 그 거리는 적정한 선으로 멀어져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다. 지금의 아이는 완전히 나와 아내 옆에 붙어있지만 점점 그 횟수는 줄어들 것이다. 내 손을 잡고, 아내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아이가 손을 놓고 혼자 걸어가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금도 그 과정은 진행되고 있다.


결국 관계를 지속하게 만드는 건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만의 감정이 지속되는 건 짧지만 각자가 노력하고 끌어가는 감정은 꽤 오래 지속된다. 아내, 그리고 딸과의 관계도 앞으로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그것에 나 자신이 얼마나 맞추고 변화시키는지가 꽤 중요할 것 같다. 아내는 여전히 내 손을 잡고 걷는다. 길가를 걸을 때 아내가 손을 잡을 때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렇게 아내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다시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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