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편의점을 지나가며...

by 레빗구미


길을 지나가다가 24시간 운영하는 가게를 많이 본다. 집 근처의 버거 가게, 편의점, 음식점,카페 등 여러가지 가게들이 밤샘운영 중이다. 언제 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24시간 운영하는 가게가 많아진것이.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편리하게 이용했다. 밤에 친구들과 영화보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먹고 술집에 가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2000년대 초에 유행하던 심야 상영 극장에서 밤새 영화를 봤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가 24시간 버거 가게에 가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직장생활을 일년 이년 해 나가다보니 노동 시간에 대한 생각이 점점 변해갔다. 취업전이나 신입때는 어떤 일이든 해야된다고 생각했다. 밤을 새든 어떻든 업무를 배우고 올바르게 처리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늘 하는 야근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고 보니 너무 힘들었다. 내가 원하지 않게 야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때 편의점에서 뭔가를 샀다. 그때 ‘아 여기서 일하는 사람도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했었다.


물론 24시간 가게들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서비스 개념의 운영방식을 택한 것이다. 최근에는 약품도 살 수 있고 여러가지 생필품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밤샘 근무를 하는 것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많은 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노동자도 필요에 의해서 그 일을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24시간 운영하는 가게가 최근에는 너무 많아진 것 같다.


그 가게들을 지날 때마다 한숨쉬는 노동자가 보이고 피곤해하는 운영자의 모습이 보인다. 거기에 나의 야근 하던 모습이 겹친다. 가게의 간판만 봐도 고단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인데...’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것이 삶의 질을 높여주지는 않는다. 세계 어디에도 한국 처럼 24시간 가게가 많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명절 때도, 여름 휴가 기간도, 그 가게들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내가 쉴 때 그 가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언제 부터 이렇게 24시간 서비스가 당연해 진걸까? 많아진 24시간 운영 가게들 만큼 우리의 삶의 질이 보편적으로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서비스를 받는 우리가 정말로 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새벽시간에는 이용하지 않는다. 일종의 과한 서비스의 일부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친절한 서비스는 거의 세계 최고 일지도 모른다. ‘고객이 왕’ 이라는 미명아래 근로자들에 대한 인식이나 인권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어쩌면 이런 근로자에 대한 인식도 24시간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 내가 잠든 새벽 시간에도 누군가는 눈을 뜨고 뭔가를 팔고 있다. 그 소비가 많든 적든 누군가는 그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어야 한다.


이제는 국내든 해외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노동자 권리가 많이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일하는 시간은 너무 많고 갑질도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가게들을 지날 때 마다 뭔가 측은한 감정이 든다. 나 혼자 이런 측은함을 느낀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면 24시간 가게들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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