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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May 13. 2018

누구나 지나가는 그 시절, 그 순간

-레이디 버드(2017)



시얼샤 로넌과 그레타 거윅이 만나다!


  시얼샤 로넌은 아직 젊은 배우다. 과거 러블리 본즈(2009)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뭔가 맑은 느낌의 아역배우여서 앞으로 많이 보게 될 거란 느낌을 받았었다. 영화 한나(2011)에서 상처가 많은 킬러역을 맡았을 때의 연기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 자체의 재미 보다는 시얼샤 로넌이 표현하는 캐릭터에 아픈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2015년 브루클린에서 시얼샤는 아마도 그 이전 나온 어떤 작품보다 좋은 연기를 보였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생활하며,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그곳에서 싫어하는 어떤 것 때문에 다시 고향을 떠나는 여인의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굉장히 차분하고 어쩌면 도회적인 차가운 느낌도 들지마, 그 속에 어떤 따뜻함이 있는 배우다. 그런 배우 시얼샤 로넌이 그레타 거윅을 만났다. 그레타 거윅은 사실 배우 출신의 각본가이자, 감독이다. 프렌시스 하(2012)에서 연기도 하고, 각본을 써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를 공감하게 만든다.




자신을 찾고 싶은 크리스틴의 청소년기



 주인공인 고등학생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은 자신의 본명을 쓰지 않고, 레이디 버드 라는 가명을 이용한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00년대 초는 인터넷이 막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이며, 개개인의 휴대폰 사용이 늘어나던 시기다. 그 시절 많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채팅이나 모임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누구나 청소년 시절에 한번 즘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크리스틴은 그런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크리스틴은 엄마와 싸우다 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가족들과 싸우기도 하며, 친구를 사귀기 위해 거짓말도 한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고자 하는 도시와 대학이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매우 적극적으로 그 남자에게 다가가 인연을 만들어낸다. 모든 사람이 크리스틴과 같은 기질을 모두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몇 개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때는 가족들과 매우 잘 보내다가도, 갑자기 틀어지면 서로 화를 내고 냉전을 하기도 한다. 크리스틴도 엄마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쇼핑도 즐겁게 하지만, 작은 일로 다투고는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청소년 시절은 나 자신도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시기다. 집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튀고 싶어질 때가 있다. 뜬금없이 가수가 하고 싶어진다거나, 영화 배우가 되고자 하다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 또 쉽게 포기한다. 그래서 파티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서 놀거나, 연애를 통해 다른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실현되지 않거나, 자신이 상처받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때는 그런 모든 일들이 엄청난 큰일인 것 같이 느껴지지만, 지나고 나면 사실 별 것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영화 속 크리스틴이 학교나 집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문제가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단지 그는 아직 성장 중일 뿐이다. 만나던 남자친구가 게이라는 것을 알고 화를 내며 헤어지지만, 나중에 찾아온 전 남친이 제발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며 펑펑 울때, 그를 위로하며 안아주는 크리스틴을 보면 그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남자 때문에 절친인 줄리(비니 펠드스타인)와 일부러 멀리 지내다가 결국 다시 절친에게 돌아가 다시 밤 새며 놀때의 그 모습이 아마도 크리스틴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혼돈스런 그 시절


 크리스틴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그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을 지 모른다. 그저 희미하게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수 있겠다. 긴 혼돈의 시기인 청소년기에 이랬다, 저랬다, 다시 이러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다. 주변 사람과 잘 지내고 따뜻한 말들을 주고 받는 그 모습이 진정한 크리스틴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나 자신의 모습이 싫고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다른 사람 처럼 행동하고, 튀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내 속에 있는 내가 다른 곳으로 가지는 않는다. 결국 시간이 지나 내가 가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성장해 간다.


 집을 떠나 대학을 뉴욕 어디론가로 가게된 크리스틴이 자유를 만끽하며 밤을 새 술을 마시고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새크라맨토 자신의 고향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운전면허를 합격하고 처음 차를 운전해서 동네를 한 바퀴 돌 때, 느껴지는 그 아련한 감정. 그 감정은 아마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섞인 감정일 것이다. 그길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고 나와서 엄마에게 전화걸어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크리스틴은 그 이후에도 그렇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 행동을 할 것이다. 완전히 어른이 될 때까지 그런 일들이 반복되겠지만, 점점 고향을 그리워하고,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이 있는 그곳을 애틋하게 생각하게 될 거다. 그리고 ‘레이디 버드’ 라는 가면(가명)은 이제 벗을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그런 가면은 필요 없다. 크리스틴이라는 이쁜 이름을 이용해 낯선 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레이디 버드라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상한 이름은 고향의 부모님이 만들어낸 전통적인 이름인 크리스틴으로 다시 환원된다. 결국 다시 크리스틴 자신이 되는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결국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고, 무엇보다 엄마를 사랑하다


 크리스틴과 아빠와의 관계에 특히나 눈길이 더 갔다. 아마도 내 딸이 청소년기가 되면 더욱 더 혼란스런 시기가 될지 모른다. 그 딸에게 늘 든든하고 따뜻한 아빠가 되어 준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속 크리스틴의 아빠는 본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딸에게 최선을 다한다. 딸이 하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그 사이에서 양쪽을 모두 위로 한다. 어쩌면, 그 사이에서 아빠 자신을 잠시 잃어버려 우울증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빠는 크리스틴을 포기하지 않았고, 다른 가족 어떤 사람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영화 말미에 크리스틴의 가족은 좀 더 따뜻한 가족이 되어간다.


 크리스틴을 연기한 시얼샤 로넌을 위한 영화다. 그는 크리스틴 자체로 보이고, 영화 초반엔 고등학생 처럼, 후반에는 정말 대학생으로 보인다. 그가 순간순간 변하는 태도에 따른 그의 눈빛은 결국에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절친과 화해할 때의 눈빛이나, 게이 전남친을 위로할 때의 그 눈빛과 표정은 보는 사람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낯선 친구들과 있을 때의 불편하고 흔들리는 눈빛에서도 다시 크리스틴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삶은 나 자신을 계속 찾는 과정


 청소년기가 힘들게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시절을 지나왔다. 결국 내가 누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시절을 지나갔다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단시 그 짧은 시기는 더욱 혼돈 스러운 시기였고, 중심이 없는 시기였다고 하면, 지금은 나 자신이 중심을 잡고 앞으로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결국 그 시절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따뜻하고도 혼란스러운 시절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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