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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May 10. 2018

음식, 풍경 그리고 수다와 함께하는 스페인 여행

-트립 투 스페인(2017)

#. 브런치 무비패스로 먼저 관람한 영화입니다.





특별한 서사가 없는 영화


 이 영화에는 특별한 서사가 없다. 마치 어느 예능 방송처럼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수다를 떠는 걸 보면서 한바탕 웃고, 화면에서 보여지는 스페인의 풍경들을 천천히 감상한다. 그리고 음식이 요리되는 과정과 식당의 시끌벅적함, 여행지의 평화로움 등이 모두 담겨 있다. 이번 이 벌써 세 번째 여행이다. 영국(트립 투 영국-2010), 이탈리아(트립 투 이탈리아-2014)를 거쳐 스페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행과 음식은 공통적인 관심사이지만 근래들어 그 관심이 더욱 커진 것 같다. 특히나 유럽은 각기 붙어있는 국가들이 인근에 위치해 있지만 각 나라의 특색이 묻어난다. 아마도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각 나라의 특성들을 살리면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간접 여행을 체험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이라는 건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잠시 일상을 잊고 좋은 사람과 같이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실과 좀처럼 떨어질 수가 없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외부와 연결될 때마다 현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잊었던 것들과 부딪힌다. 특히 이번 트립 투 스페인에서는 주로 스티브 쿠건에게 안좋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가 현실에 연결될 때 마다 그에겐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그 머피의 법칙은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이어진다. 그는 영화 말미 까지 어떤 도피처를 찾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영화 속 완벽히 대비되는 두 인물


 영화 속의 두 인물은 완벽히 대비된 인물이다. 스티브 쿠건은 자기 프라우드가 강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고집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쓴 작품이나 과거 찍었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다. 또한 자기가 아는 어떤 것이 가부 당하거나 다른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자리를 피해버린다. 반면 롭 브라이든은 현실을 아는 인물이다. 좋은 제안을 받아도 가족 때문에 포기할 줄 알고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자체에서 롭은 특별히 현실에서도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단지 힘든 육아에서 잠시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내와 가족들과 잘 지내려 노력한다.


 또한 스티브는 여행 후 문화에 대한 글을 쓰며, 롭은 음식점에 대한 글을 쓴다. 문화는 긴 시작동안 유지되고 앞으로도 바뀔 일이 거의 없다. 그만큼 보존이 더 중요한 것이다. 문화의 특성처럼 스티브는 좀처럼 변하려 하지 않는다. 반면 음식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 긴 시간 그 요리에 대한 조리법은 유지 되지만 그 조리법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먹는 사람에 따라 특성에 맞게 변화도 가능하다. 롭은 음식처럼 자신을 변화할 줄 알고 현실에 만족 할 줄 아는 인물이다.



전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스페인 영화에 동참하게 하는 영화


 이런 두 사람이 만나 스페인을 여행한다. 두 사람의 특성은 다르지만 죽이 잘 맞는다. 성대모사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기며 그 대화에 참여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이 음식으로 농담을 할 때, 외국인의 서툰 영어에 관해 농담 할 때 옆에서 보는 우리도 같이 킥킥대게 된다. 그만큼 영화는 생동감있게 그들의 여행에 우리를 동참시킨다. 수다 뿐만 아니라 식당 요리사의 분주한 움직임, 아름다운 스페인 풍경을 연달아 보여주며 더욱 더 우리를 스페인 여행에 동참 시킨다.


  이 영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별한 내용 전개가 없고 두 중년 남성의 수다가 대부분인 이 영화는 지루하다고 생각하면 지루하다. 특히나 다른 인물이 여행에 동참하게 되는 후반부는 좀 더 지루한 편이다. 하지만 어떤가 이 영화에는 멋진 스페인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맛있는 음식이 생동감있게 묘사된다. 그리고 두 주인공의 수다로 웃음을 지을 수 있다. 주인공들이 스페인의 문화적인 요소를 끌고와서 서로 농담따먹기를 하는 걸 듣고 있으면 왠지 내가 그 식당 테이블 옆에서 스페인의 문화 체험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두 인물 모두 현실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서로 농담만 주고 받는 모습이 불편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만큼 영화는 아주 긴 수다로 채워진 영화다.



어쩌면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영화, 하지만 영화로 스페인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영화


 두 남자 배우들은 모두 본인 이름을 쓰고 있고, 심지어 영화배우 그대로 나온다. 그래서 두 배우들의 출연작들을 알고 있다면 그들의 수다와 성대모사에 더욱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말한다면 코미디 일 것이다. 하지만 코미디적 요소도 사실 크지 않고 단지 스페인의 문화와 풍경에 집중하는 이 영화는 벌써 세 번째 시리즈다. 이런 간접여행 콘텐츠가 최근에 인기를 끈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더 팍팍해 졌다는 것 아닐까? 당장 스페인에 갈 수 없다면, 이 영화로 미리 간접체험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멋진 풍경들이 영화에 많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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