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엔 컴퓨터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때 친구들과 놀려고 만나면 대부분은 놀이터에 가거나 공놀이 아니면 다방구, 잡기 놀이 같이 외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게임은 지금 스마트폰 정도의 크기로 된 게임기로 하던 비행기 게임이었다. 흑백 화면에 단순히 비행기를 옮기고 미사일을 쏘는 심플한 형태였다. 외가댁에 놀러 갔을 때 외삼촌이 사준 이 게임기에 완전히 몰입했었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 되었을 때 ‘재믹스’라는 게임기가 나왔다. 텔레비전에 연결해서 게임 팩을 꼽아서 하던 게임기였는데 지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비슷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슈퍼패미콤이나 다른 일본의 게임기도 많이 유행할 때였다. 그 당시 처음 보글보글 팩을 끼워 집에서 할 때의 즐거움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부모님이 게임기를 사준 이후 게임을 하려면 어머니의 허락을 맡아야 했다. 기본 규칙은 일주일에 한 시간만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동생과 나는 늘 어머니 눈치를 보며 기타 시간을 확보하려고 눈치를 많이 봤다. 어머니가 안 계실 때는 몰래 연결해 놓고 게임을 즐겼다. 뭔가 아주 재미있는데, 죄짓는 듯한 죄책감이 늘 양립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8비트 컴퓨터가 나왔다. 부모님 아시는 어떤 분이 쓰지 않는 컴퓨터를 한 대 주셨다. 일반 문서 작업 정도로 쓸 수 있는데 주변 친구에게 물어보니 게임팩처럼 게임 카드를 컴퓨터 본체에 꼽으면 게임을 실행시킬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컴퓨터에 있는 마더 보드판에 그래픽 카드를 꼽듯이 큰 카드를 꼽는 것이다. 친구에게 게임 하나를 빌려 꼽아서 게임을 실행시켰다. 아케이드형 무술 격투 게임이었는데 일주일 정도 재미있게 했었다. 컴퓨터를 분해해 카드를 꼽고 빼는 것 자체도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시 친구에게 카드를 돌려줄 때 어찌나 아쉽던지 울음이 다 났었다. 그 뒤로는 그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컴퓨터는 어느덧 386 버전까지 발전해있었다. 그때 지금까지도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지금 프로그래머인데, 그때도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남달랐다. 그 친구에게 여러 가지 컴퓨터 사용법을 배웠다. MS DOS 의 명령어를 이용해 파일을 복사하고 게임을 설치하고 간단한 문서 작성도 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게 배운 것들은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컴퓨터를 사주신 이후에 실습을 할 수 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특별히 대단한 게임이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플레이 하지늠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주변 전자오락실에 가면 몇 백 원으로 꽤 훌륭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1945 같은 여러 게임을 부모님 몰래 가서 한 시간 정도씩 했었다.
고등학교 때 새로운 컴퓨터를 샀다. 최신형으로. 신형 컴퓨터에는 열쇠가 있어서 열쇠를 잠그면 마우스와 키보드가 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 나는 삼국지라는 일본 코에이 사의 게임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새벽까지 몰래 하고 잠들고 학교 수업시간에 졸기도 했다. 부모님은 그 모든 걸 예상하시고는 신형 컴퓨터를 살 때 그렇게 잠글 수 있는 형태를 구입하셨다. 그리고 컴퓨터를 거실로 옮기셨다. 부모님은 그때까지도 일주일에 게임시간을 제한하셨다. 외출하실 때는 늘 컴퓨터를 잠그고 열쇠를 가지고 가셨다. 그렇게 한참을 참고 있다가 친구에게 물어보니 컴퓨터 본체를 열어보면 답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본체를 열어보니 잠그는 열쇠함이 있는 곳에 전기 선이 있었다. 그 선을 끊으면 마우스와 키보드를 쓸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게임을 하며 완전히 몰입했다. 당연히 학교 성적은 떨어졌다. 그래도 어떤 행복감을 느꼈다.
대학교 시절 스타크래프트의 등장과 피시방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겼고 대중화가 빨라졌다.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아직까지 그 직업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게임들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들어왔다. 엄청난 게임이 많이 등장하지만 나는 거의 하지 않는다. 게임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하루 거의 10분 미만일 것이다.
이제 게임에 흥미를 잃은 것인지 모른다.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없다. 예전에 게임을 하려고 컴퓨터를 만지고 연구하고 무수한 실패를 겪은 끝에 게임을 실행시키고 즐길 때 어떤 성취감을 느꼈다. 또한 어려운 게임을 끝까지 진행시켜 엔딩을 봤을 때도 성취감읗 느꼈다. 그때 게임들은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게 했다. 그래서 더욱 성공을 위해 더 몰입해서 플레이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났을 때의 뿌듯함은 그때 나를 게임에 빠지게 하는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배웠던 문제 해결 능력이 지금 내가 일을 하면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실패 끝에 결국 뭔가를 만들어냈을 때의 성취감. 어려운 걸 해결해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창의력.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하고, 고치는 맥가이버 능력. 그런 것들은 어쩌면 그 당시에 만들어진 것인지 모른다.
지금 게임이 보편화되었지만 설치나 게임하는 방법은 더 단순해졌다. 그리고 최근 게임들은 과금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더 게임을 하지 않게 되는 것도 같다. 뭔가 게임의 매력이 없어진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도 게임이 해롭다는 인식이 많아졌다. 그래서 더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언젠가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사서 집에서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 큰 화면으로 스테이지들을 하나하나 돌파할 때, 그 순간에 몰입하는 느낌은 또 다른 성취감을 줄 것만 같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게임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