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빗구미입니다.
강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예전에는 혼자서 버티는 사람이라 믿었습니다.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끝까지 서 있는 사람.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강한 사람은 혼자서 다 하지 않는 사람, 누군가를 믿고, 때로는 맡기고, 실패를 함께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함은 결국 ‘함께’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신뢰가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인간들이 엉성하게 모여, 의심을 넘어서며 팀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혼자 싸우던 전사가 결국 ‘함께 싸우는 리더’로 변해가는 여정이죠. 반면 〈더 씽〉은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신뢰가 서서히 녹아내리며, 인간이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 공동체가 얼마나 빠르게 붕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단순한 괴물 영화가 아니라, 불신의 감염을 기록한 심리극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는 또 다른 길로 나아갑니다. 그는 명령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가 아니라, 감정으로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됩니다. 두려움을 품은 채로 그 두려움 안에서 용기를 만들어내는 사람, 바로 그런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세 영화는 서로 다른 얼굴의 리더를 그립니다. 혼자였던 사람, 의심에 잠식된 사람, 그리고 결국 믿음을 회복한 사람. 그들은 모두 괴물과 싸우지만, 사실은 인간 안의 괴물과 싸웁니다. 불신, 고립, 책임, 그리고 관계. 신뢰는 언제나 위기 속에서만 드러납니다. 그것이 인간의 모순이자, 동시에 인간의 아름다움입니다.
결국 이 글은 ‘함께 싸우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뢰를 배우고, 잃고, 다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기록이죠. 세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승리의 방식이 아니라, 신뢰가 진화하는 과정입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리더십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인간성이라 부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함께 버티는 힘이야말로, 이 불안한 세계 속에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생존의 기술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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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두번째
-<프레데터 죽음의 땅>, <더 씽>, <에이리언2>
함께 싸우는 법 — 〈프레데터: 죽음의 땅〉
혼자라는 말엔 묘한 중독이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버티는 사람, 스스로를 지키는 사람, 남의 손 빌리지 않는 강함. 우리는 그런 이미지를 멋있다고 배운다. 영화 속 주인공 덱도 그랬다. 그는 증명하고 싶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강하다는 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는 걸. 하지만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그 ‘혼자만의 서사’를 부드럽게 깨부순다. 진짜 강함은 결국 함께 싸우는 법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하면서.
처음의 덱은 완벽한 개인주의자다. 명령보다 본능을, 계획보다 감각을 믿는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싫어하고, 타인의 약점을 쉽게 판단한다. 그러나 전장에선 그런 논리가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의 총은 정확했지만, 시야는 좁았다. 세상은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복잡했고, 적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했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의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그때부터 시작된다. 덱이 자신이 믿어온 ‘개인의 강함’이, 실제 전투에선 얼마나 불완전한지 깨닫는 순간부터.
영화는 점점 ‘혼자 싸우는 이야기’에서 ‘함께 살아남는 이야기’로 옮겨간다. 덱은 뜻밖의 동료들과 손을 잡는다. 군인, 과학자, 심지어 인간이 아닌 존재까지. 처음엔 어색하고, 서로를 믿지 못한다. 하지만 싸움이 계속될수록 그 어색함은 생존의 언어로 바뀐다. 믿지 않아도 함께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오고, 각자의 역할이 생긴다. 누군가는 감시하고, 누군가는 덮어주고, 누군가는 대신 총을 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합은 어딘가 엉성하지만, 놀랍게도 유효하다. 서로의 부족함이 서로의 무기가 된다.
그건 단순한 전투 전략이 아니라, 리더십의 진화다. 덱은 처음엔 혼자 나서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점점 “함께 싸우는 리더”로 변한다. 리더라는 자리는 명령을 내리는 위치가 아니라, 방향을 잡아주는 자리임을 그는 배워간다.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그는 진짜 ‘중심’이 된다. 강한 리더는 언제나 혼자보다 ‘함께’를 택한다. 힘의 본질이 제압이 아니라 신뢰의 분배에 있다는 걸, 덱의 표정이 보여준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겉으로 보면 괴수 액션 영화지만, 내면적으로는 ‘관계의 재구성’을 다룬다. 인간과 비인간, 병사와 과학자, 냉철한 이성과 본능적인 감각이 섞여 새로운 팀을 만든다. 어쩌면 그 조합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 다 다른 종류의 사람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하는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필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조율의 감각이다.
덱이 리더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그가 “모르는 걸 인정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점이다. 처음엔 모든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던 사람이, 점점 “함께 찾아보자”는 말을 하게 된다. 그건 단순한 대사 변화가 아니라, 인간적인 성장의 표시다. 리더십의 본질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의 공유다. 각자의 결함을 모아 하나의 힘으로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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