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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 (The Thread, 2020)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온라인 상영작

by namun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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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 <실> (The Thread, 2020)

• 연출: 조민재, 이나연

• 출연: 김명선, 단티 흐헝, 나민경, 이호선, 양수빈, 김현, 변중희


장편 영화 <작은 빛> (2018)으로 데뷔한 조민재 감독은 이나연 감독과 함께 단편영화 <실> (2020)을 제작하였다. 조민재 감독은 <작은 빛>에서 그랬듯이 이번 영화에서도 현실과 삶을 영화라는 매체에서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한 듯해 보인다. 영화는 창신동에서 오랜 세월 함께 일을 해온 동료 ‘현(김현)’이 동네를 떠나면서 고민에 빠지는 ‘명선(김명선)’의 삶을 그려낸다. 창신동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동네로, 한국 노동 운동에 큰 영향을 준 전태일 분신 사건(1970)이 일어난 중구 지역과 함께 한국 노동 역사의 일부분이다. <실>의 카메라는 다이렉트 시네마의 카메라처럼 연기하는 배우를 방해하지 않을뿐더러, 사건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 노동 역사의 현장을 향한 존중이자, 실제 노동자의 노동을 쉽게 재단해서 작위적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카메라는 창신동의 빛, 얼굴들, 대화 소리, 골목 등을 아카이빙 하듯이 기록함으로써 일상생활의 희로애락에도 주목한다. <실>은 노동자의 노고에 어떠한 보상을 안기지 않는다. 대신, 후반부에 전태일 분신 사건을 비롯한 실제 노동 운동 푸티지를 삽입하고, ‘명선’의 작업 공간에 설치 미술처럼 기록물을 공존시킴으로써 노동 속에 일상이, 일상 속에 노동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창신동이라는 장소를 버텨온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실>은 역사와 현실 앞에서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 해당 글의 원문은 아트렉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artlecture.com/article/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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