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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Jul 05. 2020

영화 <뒤로 걷기> (2020)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온라인 상영작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뒤로 걷기> (Walking Backwards, 2020)

• 연출: 방성준

• 출연: 우지현, 문혜인, 최문기


방성준 감독은 영화 <목련에 대하여> (2017),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2018), <함바> (2019)를 통해 부재하는 가족 구성원의 과거 및 나의 뿌리를 추적해 왔다. 그리고 이번 단편영화 <뒤로 걷기>도 이 여정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시헌(우지현)’은 죽은 엄마의 패물을 찾고자 하는 일본인 ‘료타(최문기)’가 나타나기 전까지 엄마의 부재를 잊고 살았다. 왜냐하면 유년 시절 본인이 목격한 엄마의 아픔과 그 영향 아래 자기가 입은 상처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료타’는 돌아가신 엄마의 추억을 되돌아봄으로써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시헌’은 뒤로 걷는 일 혹은 과거로의 여행을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료타’는 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헌’은 ‘료타’의 간절한 모습을 외면할 수 없어서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친구 ‘예진(문혜인)’과 함께 뒤로 걷기 여정을 떠난다. 여정 중 두 사람의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엇갈린다. 무엇보다 ‘시헌’은 예전에 살았던 집 담벼락에 새겨진 엄마와의 추억과 엄마의 아픔과 관련된 기억이 충돌하면서 여정을 포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패물을 본 그는 상처와 그리움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고, 결국 이 여정에 다시 합류한다. 



‘시헌’과 ‘료타’는 바닷가에서 노을을 같이 구경한다. ‘시헌’은 엄마가 이 바다에서 자기를 버렸지만, 그래도 엄마와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던 곳이라고 ‘료타’에게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료타’는 ‘시헌’의 말이 끝나자 바다와 얽힌 엄마와의 추억을 일본어로 공유한다. ‘료타’는 어렸을 적에 바다에서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 여정을 통해 엄마가 눈물을 흘렸던 이유가 ‘시헌’을 향한 그리움 및 미안함과 유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비록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를 나눴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는 감정이 언어를 대체하며 서로에게 이야기와 마음을 충분히 전달했을 테다. 여정을 마무리한 ‘료타’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시헌’은 그를 배웅한 후 뒤로 걸어 본다. 뒤로 걷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시헌’의 모습은 마음의 상처가 비로소 아물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 해당 글의 원문은 아트렉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artlecture.com/article/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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