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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Jul 07. 2020

영화 <김현주> (2020)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온라인 상영작

[비정성시] <김현주> (Interpreting Hyun-ju, 2020)

• 연출: 강지효

• 출연: 김윤하, 전하늘, 송아영


<김현주>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섣부른 믿음과 그로 인한 공포를 이야기하는 단편영화이다. 영화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학생들을 교실에서 내려다보는 초등학교 선생님 ‘선영(김윤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선영’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놀이터에 홀로 서 있는 ‘현주(전하늘)’가 신경 쓰인다. 돕고 싶은 마음이 큰 ‘선영’은 ‘현주’에게만 일기 숙제를 매일 방과 후에 면담하는 것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하고, ‘현주’는 승낙한다. 면담을 진행하면서 ‘현주’는 일상생활, 가족, 좋아하는 음식 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선영’은 그런 모습을 보며 ‘현주’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굳건히 믿는다. 업무 때문에 ‘현주’에게 관심을 평소보다 많이 두지 못한 어느 날, ‘현주’는 의도적으로 ‘선영’의 옆을 지나가면서 양쪽 소매를 걷어 상처를 보여준다. 충격에 빠진 ‘선영’은 진상 파악을 위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던 중, 반 아이들의 뒷담화를 듣게 된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현주’의 진술과 엇갈리자 ‘선영’은 혼란스러워한다. 본인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정 방문을 했는데, 어머니의 모습은 ‘현주’의 묘사와 상반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생과의 일화가 거짓말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었다. 들은 것과 들은 것의 차이, 그리고 들은 것과 목격한 것의 차이는 ‘선영’에게 배신감을 안긴다.



믿음이 불신으로 전환된 시점부터 영화는 ‘현주’를 피하려는 ‘선영’과 그런 ‘선영’의 곁을 돌아다니는 ‘현주’ 간의 긴장감과 공포를 관객이 수동적 체험을 하도록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음향 및 음악 사용과 편집을 통해 섬뜩함을 일으키지만, <김현주>는 그런 관습에 종속되지 않으려고 한다. 알랭 기로디 감독의 영화 <호수의 이방인> (2013)처럼 음향과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빛과 어둠의 대비, 그리고 촬영기법만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형성한다. 트래킹 숏은 카메라가 멈추는 지점에서 어떤 두려운 대상이 있을지 예상할 수 있게 하지만, 관객은 트래킹 숏의 방향을 거스르지 못하며 예정된 공포에 갇힌다. 아울러 <김현주>에서 촬영기법은 철저히 계산적이지만, 가끔 숏 안에서 일어나는 대상과 시선의 좌우 운동 및 상하 운동을 지연함으로써 리듬을 바꾸고, 예정된 공포와 더불어 예상하지 못한 공포를 경험하게 만든다. 후반부에 ‘선영’은 밤에도 자신을 따라다니는 ‘현주’에게 얼마나 솔직하냐고 물으며, 거짓말을 계속하면 도와줄 수 없다고 소리를 지른다. 이애 ‘현주’는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차갑게 돌아선다. 비로소 본인의 오만함을 깨달은 ‘선영’의 얼굴빛이 하얗게 질린다. 끝으로 영화는 한동안 결석했던 ‘현주’가 오랜만에 등교하는 날로 시간 이동을 한다. 수업 도중에 입실한 ‘현주’는 마스크를 벗어서 부은 눈과 터진 입술을 드러내고, ‘선영’은 겁에 질려 돌처럼 굳은 채로 서 있는다. 이때 다른 아이들은 ‘선영’이 낸 최단 거리 문제를 풀기 위해 소리를 내며 숫자를 센다. 오름차순으로 진행되는 카운팅은 ‘선영’을 압박한다. 영화는 ‘현주’의 초라한 몰골이 실제 가정 폭력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놔둔다. 대신, 심리적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선영’을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경우의 수를 간과하고 본인만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섣불리 판단하는 오만함을 경고한다. 


* 해당 글의 원문은 아트렉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artlecture.com/article/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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