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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Jul 08. 2020

영화 <작년에 봤던 새> (2017)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온라인 상영작

• 연출: 이다영

• 출연: 강진아, 김미진, 조정민, 어성욱 


<작년에 봤던 새>는 자유의지가 결여된 선택과 이에 관한 씁쓸함을 담담하게 포착한 영화이다. ‘선재(김미진)’는 오랫동안 ‘양수(강진아)’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본인이 거주하는 마을이 제주 제2공항 건설지로 선정되어 떠나야 한다. ‘선재’는 ‘양수’와 함께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반대 운동 전단을 붙이고, 다른 방법을 강구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원치 않는 변화에 굴복한다. ‘양수’는 임신까지 겹치면서 카페를 정리하고 육지 지역으로 떠나야만 하고, 덩달아 ‘선재’는 다른 카페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만약 스스로 택한 변화였다면, 미래가 지금처럼 불투명하지 않았을 테다. 그러나 불가항력적인 변화에 청각 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까지 겹치면서 ‘선재’는 씁쓸함을 느낀다. 



<작년에 봤던 새>의 카메라는 변화 앞에 무기력해진 두 사람의 모습과 동선을 뒤따른다. 그들의 감정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싶을 때 일반적으로 반응 숏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카메라가 두 사람의 눈이 되어 비가 내리고 안개가 낀 제주도의 풍경을 여러 컷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택한다. 절제된 카메라는 풍경들에 담긴 습도와 우중충한 분위기로만 두 인물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마을을 떠나기 전 두 사람은 작년에 갔던 폐허가 된 초등학교 건물에 간다. 그렇게 하루가 끝난다. 암전 후 페이드인과 함께 계절이 바뀐 마을이 나온다. 휑한 나무, 누구도 살지 않는 마을, 먼지가 쌓인 ‘양수’의 카페 등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오프닝 시퀀스 때 시점으로 돌아간다. 이전 괴괴한 이미지와 달리, 새 떼들이 하천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선재’와 ‘양수’가 떠난 이후 장소의 이미지와 이전의 이미지가 충돌하고, 카메라의 담담한 스탠스는 작년에 봤던 새를 더는 볼 수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상실감을 도드라지게 형성한다. 



* 해당 글의 원문은 아트렉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artlecture.com/article/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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