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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Jul 05. 2020

영화 <보육교사> (Mothering, 2020)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온라인 상영작

[절대악몽] <보육교사> (Mothering, 2020)

• 연출: 김믿음

• 출연: 김강희, 차승현, 임예은, 박성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송곳니> (2009)는 인간을 어떤 시스템에 가둬 사육하려는 구조주의적 광기를 그려낸다. 김믿음 감독의 단편영화 <보육교사>도 이와 같은 특징을 바탕으로 한다. 프롤로그는 출근 전에 화장실에서 홀로 무키무키만만수의 ‘안드로메다’를 듣고 있는 보육교사 ‘지은(김강희)’를 보여준다. 가사 중에 ‘벌레’라는 단어가 반복된다. 단어의 반복성은 출근 전이라는 상황과 주인공의 직업 특성과 맞물려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데, 그 대상이 바로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아이들이다. 이는 ‘지은’의 보육 방식에는 아이들을 사물로 취급한다는 관점이 깔려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존재는 다른 인간과의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지은’은 아이들을 돌보는 게 아닌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유아들의 관계성, 언어, 감정 등 사회성과 관련된 모든 성질을 통제한다. 특히, 그녀의 경험과 관찰에 의하면, 학부모들이 보육교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랑과 보살핌이 아니라 자기 아이가 잘 관리 받고 있다는 안정감이라고 한다. ‘지은’은 언어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도구로 아이들을 관리한다. 언어를 활용한 통제는 교육용 카세트테이프로 진행되는데. ‘아이스크림’과 ‘북극곰’과 같은 친숙한 어휘의 뜻을 각각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함’과 ‘선생님’으로 알려주고, 해당하는 예문도 들려줌으로써 아이들의 어휘, 감정, 그리고 이미지 구상의 체계를 조작한다. 그 결과 ‘지은’은 본인이 설정한 방향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언어 학습의 효과가 없다면, ‘지은’은 사혈 침으로 아이들의 목 뒤에 눈에 보이지 않게 자상한다. 상흔이 보이지 않으므로 학부모들은 그녀의 사혈 침 사용을 알 수 없고, 아이들은 그녀의 손에 묻은 피를 확인하지만, 이미 그녀의 시스템 안에 묶여 있으므로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다. 감독은 이처럼 어떤 힘에 길드는 관계의 서늘함을 후반부 강당 장면에서 표현한다. 강당에서 ‘지은’은 아이들을 데리고 춤 수업을 진행하는데, 일반적으로 해당 나이대가 듣는 노래가 아닌 셀럽파이브의 ‘셔터’에 맞춰 수업을 실시한다. 그녀의 춤은 점점 기이해지지만, 아이들은 강당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괴상한 춤과 아이들의 침착한 반응이 한 프레임 안에 충돌하며 <송곳니>가 그려냈던 광기를 재현한다. 끝으로 <보육교사>는 어린이집에서 귀가한 한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동생을 빤히 쳐다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장면 속 섬뜩한 이미지는 ‘지은’의 왜곡된 판단과 믿음에서 시작한 서늘함과 공포감을 관객이 끝까지 체험하도록 만든다.


* 해당 글의 원문은 아트렉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artlecture.com/article/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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