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019)는 일본, 한국, 태국으로 이어지는 핏빛의 행로를 다루는 영화다. 로케이션 세 군데 모두 붉은색을 함유하되, 일본에는 회색 계열, 한국에는 남색 계열, 태국에는 황갈색 계열을 주로 더함으로써 핏빛의 행로가 세 가지 색과 온도로 그려졌다. 엘리베이터 시퀀스의 경우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드라이브> (2011)를 연상시키고, 암살자 ‘인남(황정민)’의 특성은 린 램지 감독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 (2017)의 ‘조(호아킨 피닉스)’와 살짝 겹친다. 물론 ‘인남’과 어떤 아이의 관계는 ‘조’와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의 관계와 다르며, 악의 굴레에 빠져드는 과정도 다르다. 그러나 ‘인남’이 표면상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나서지만, 사실 무기력해지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살아있는 유령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조(호아킨 피닉스)’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 (2010)에 가까워지면서 인물과 그의 여정을 더 깊게 파고드는 일을 포기하고, 장르적 재미에만 몰두한다. 이에 대해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장르적 재미에 올인을 한 선택은 다수에게 나쁘지 않았을 거로 본다. 홍원찬 감독은 다른 감독이라면 플래시백 혹은 플래시포워드로 관객에게 일일이 설명했을 어떤 인물들의 관계 및 에피소드, 특정 장면 이후의 장면 등을 생략한다. 덕분에 속도감을 살리며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