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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사랑했지만
<라이크 크레이지>

마지막 퍼즐(Puzzle)이 될까 혼란스러운(Puzzled) 사랑이 될까

by namun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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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시간> (2013), <이퀄스> (2015), 그리고 작년에 개봉한 <뉴니스> (2017)를 통해 알려진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이전 작품 <라이크 크레이지> (2011)가 2018년에 드디어 극장에서 처음으로 개봉하게 되었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독특하지만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를 놓치지 않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인의 사랑 그리고 연애 방식을 고찰하게 만든다. <라이크 크레이지>는 정열을 바치며 시작한 연애가 어떠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를 영국 여자 애나(펠리시티 존스)와 제이콥(안톤 옐친)의 복잡한 감정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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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채워줄 마지막 퍼즐(Puzzle)


학교 수업에서 눈이 맞은 애나와 제이콥은 세상의 모든 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불꽃을 튀기며 미친 듯이 사랑하기 시작한다. 빠른 속도로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LA에서 1분 1초라도 떨어지지 않고 보내면서 행복한 하루를 각자의 마음에 기록해간다. 애나는 아버지의 부재로 어머니와 함께 단 둘이서 쓸쓸하게 살아온 제이콥의 구멍 난 마음을 채워주고, 제이콥은 대학 공부를 위해 부모와 떨어져 낯선 땅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애나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며 서로가 서로의 삶을 채워줄 마지막 퍼즐이 되어가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연애를 시작하고 1년 뒤, 애나의 학생 비자가 곧 만료가 되기 때문에 그녀는 영국으로 되돌아가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두 사람은 위기를 겪게 된다. 제이콥과 절대로 떨어지기 싫었던 애나는 결국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LA에서 그와 함께 여름을 보내는데, 이는 결국 두 사람이 생각지도 않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만드는 잘못된 판단이 되고 만다. 그렇게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의 삶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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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럽게 된(Puzzled) 사랑 그리고 삶


제이콥과 애나는 각자 LA와 런던에서 직장을 다니며 바쁜 삶에 익숙해졌고, 결국 새로운 사람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새로운 사람과 시작하기 위해 두 사람은 이별을 택했지만, 미친 듯이 사랑했던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해 두 사람은 다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정열적인 사랑을 다시 하게 되는 줄 알았다. 서로는 그동안 그리웠던 밝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절대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가 두 팔로 꼭 끌어안는다. 하지만, 인내심 없이 시작한 장거리 연애는 서로를 의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두 사람은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하게 된다. 특히, 애나는 LA로 가고 싶지만 미국 입국 금지가 여전히 풀리지 않아 제이콥에게 날아가지 못하고, 제이콥은 자신의 사업이 LA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일을 포기하고 런던으로 이민을 가는 것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두 사람의 사랑은 점차 위태롭고 혼란스럽게 된다. 심지어, 각자의 삶도 세상 위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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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사랑한 결말은...


불안한 장거리 연애를 끝내기 위해 두 사람은 우선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물론 두 사람의 행복은 여전히 애나의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결혼 전에 만난 각자 파트너를 정리하지 못하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게 결혼 생활마저 끝나는 줄 알았지만, 긴 세월이 흐른 끝에 애나가 결혼 비자를 발급받게 되어 두 사람은 그토록 바라고 있었던 LA에서 결혼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애나와 제이콥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를 향해 잘 웃지도 않을뿐더러, 대화를 해도 절대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거리가 형성되었다. 어떻게라도 관계 회복을 하기 위해 같이 샤워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몸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에 크게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다. 제이콥은 자신이 미친 듯이 사랑했던 애나를, 애나는 자신이 미친 듯이 사랑했던 제이콥을 생각하며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시간과 추억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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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푸른색 배경의 샤워실이 결코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지만, 미친 듯이 사랑하면서 기록해온 사랑의 역사의 힘으로 서로를 놓지 않으며 살아갈지, 아니면 사랑의 원동력이었던 정열을 되찾지 못해 결국 사랑의 역사를 영원히 지워버릴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라이크 크레이지>의 결말은 관객에 따라 사랑에 대한 고찰의 결과가 다르므로 열린 결말이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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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인증

1. 2018.05.03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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