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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 희극을, 희극이 비극을 안고 <맨 오브 마스크>

비극과 희극이 녹아든 가면을 쓰고 진실을 고발하다

by namun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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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린 제43회 세자르영화제에서 12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하고 감독상과 각색상을 포함한 5개 부문에서 수상한 <맨 오브 마스크>는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 수상작인 피에르 르메트르의 소설 '오르부아르'를 각색 작업을 통해 영화화한 작품이다. 보통, 가면의 일반적인 특성 중 하나는 '은밀함'이지만, <맨 오브 마스크>에서 가면은 '진솔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각색을 통해 원작보다 가면의 의미론적인 역할에 무게를 두었고, 이는 전쟁의 참혹함을 비극과 희극의 조화와 균형 속에 폭로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영화가 급하게 끝매듭을 지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쉽지만, 그럼에도 극장에서 봤어야만 했던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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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가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장면으로 시작해 곧바로 전후 상황을 다룬다. 전쟁의 참혹함은 전후 상황의 특권층과 비 특권층의 대조적인 모습으로 인해 부각된다. 특권층은 전쟁이 일어나든지 말든지 뒤에서 편히 앉아 사무 일을 보거나 자신의 이익과 흥미에 미쳐 타인의 목숨을 도구로 사용한다. 전쟁은 가장 합리적인 도구로 가장 비합리적인 행동을 벌이는 일과 같음에도, 특권층은 반성의 기미 조차 보이지 않는다. 반면, 비 특권층은 전쟁 후 더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전쟁으로 인해 자식을 잃고, 약혼자와 파혼을 하게 되고, 에두와르(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처럼 전쟁터에서 입은 심각한 부상 때문에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어한다. 특히, 에두와르는 미술에 재능이 있었지만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자 의욕을 잃게 되지만, 어느 날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신비로운 천재 화가로 활동을 시작한다. 다만, 그가 가면 제작으로 예술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전쟁의 참혹함을 방관한 특권층 혹은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하기 위함과 관련이 있다. 알베르(알베르 뒤퐁텔)는 에두와르의 발칙한 사기극에 동참하기로 결심했으며, 두 사람은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대담하게 사기극을 위한 계획을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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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사람과 맨 얼굴을 드러낸 사람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가린다는 표현은 은밀함이라는 속성을 먼저 떠오르게 하지만, <맨 오브 마스크>에서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가면을 썼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진솔해지고, 결국 전쟁의 비극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을 예술의 방식을 통해 비판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호텔 장면일 것이다. 에두와르는 호텔에서 자신이 그동안 만들어왔던 가면들로 파티를 연다. 그런데, 그 파티는 단순한 파티가 아닌 비극을 일으키고 방관했던 대상을 조롱하고 그들에게 간접적으로 죄를 내리는 퍼포먼스를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결국, 이 파티는 탐욕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하나 둘 바닥으로 쓰러뜨림으로써 은폐하려고 했던 전쟁의 참혹한 진실을 고발하는 데 성공한다. 반면, 맨 얼굴을 드러낸 사람들은 솔직하기는커녕 자신의 사업에 미쳐있으며, 전쟁이 끝났음에도 타인을 그저 도구로 바라보며 비인간적인 행실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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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마스크>에서 다루는 이러한 가면의 속성을 가면을 경계로 안팎으로 따질 때, 희극과 비극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에두와르는 심각한 부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을 가면에서 파생되는 희극과 특권층을 향한 조롱에서 일어나는 희극으로 감싸 안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동의하는 인물, 예를 들어 알베르는 비극을 희극으로 안기 위한 에두와르의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반면, 헨리(로랑 라피트)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비극을 자신과 무관하듯이 여기면서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희극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완전히 외면했다고 생각했던 비극들이 가면의 안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힘에 의해 끌려 나오면서 헨리를 포함한 특권층만의 희극적인 것들을 집어삼킨다. 이렇게 가면은 자신을 경계로 안팎으로 세상에 공존하는 희극과 비극을 끌어모은다. 다만, 끌어모으는 형태 혹은 방식은 항상 동일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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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쉬웠던 마무리...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가면의 의미론적인 역할을 살려 희극과 비극을 조화롭게 다루고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하던 방식이 좋았던 <맨 오브 마스크>는 결말에서 다소 큰 아쉬움을 남긴다. 경찰이 알베르를 풀어주는 장면이 급작스럽게 내린 결말이었기에 허무하다. 레씽의 <현자 나탄>에서 민족, 종교, 가치관을 뛰어넘은 이념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갑작스럽게 혈연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던 것처럼, 알베르가 경찰에 의해 풀려나는 계기도 경찰과 전쟁터에서 죽은 아들의 혈연관계와 유관하다. 발칙한 사기극에 참여했던 알베르가 결국 구속되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다른 나라로 떠나 새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어떤 관객에게는 만족스러운 결말이 될 수 있겠지만 '혈연관계'로 손쉽게 이야기를 끝맺는다는 사실은 또 다른 관객에게는 굉장히 허무하고 불만족스러운 결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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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아쉽지만 일반적인 가면의 속성을 뒤집는 의미론적인 설정, 희극과 비극의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그리고 관객들의 이목을 끄는 미장센이 좋았기에 극장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관람 인증


1. 2018.04.18 (코엑스 메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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