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문보 Jul 09. 2018

그녀가 잠든 14일이 일깨워준 진짜 사랑 <빅 식>

14일의 기적이 안겨준 진짜 사랑 그리고 행복


마이클 쇼월터 감독의 <빅 식> (2017)은 올해 열린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겟 아웃> (2017), <레이디 버드> (2018), <쓰리 빌보드> (2017),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7)과 함께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화제를 모았다. <빅 식>은 파키스탄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쿠마일 난지아니와 그의 아내 에밀리 V. 고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쿠마일 난지아니는 아내와 함께 직접 각본을 썼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연기까지 참여해 현지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멜로/로맨스 장르의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관습으로 인한 오해와 이민자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통해 이민자 2세대가 겪고 있는 내적 갈등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진부하기는커녕 도리어 사실적이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멜로/로맨스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빅 식>을 본다면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와 '에밀리(조 카잔)'가 각자의 아픔을 극복하고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14일의 기적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작되었지만 갈수록 쉽지 않은 사랑


이민자 2세대인 쿠마일은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이제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140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정략결혼이라는 결혼 관습, 부모로부터 강요받는 종교적 믿음, 그리고 이슬람 이민자를 향한 편견과 차별적 시선은 쿠마일에게 심적인 '빅 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쿠마일은 이를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현재 겪고 있는 아픔을 스탠드업 코미디와 1인극 공연을 통해 재치 있게 승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쿠마일은 공연 도중 에밀리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에밀리는 미국 백인 여성으로 미국 사회에서 쿠마일과 전혀 다른 위치에 놓인 인물이다. 그러나, 에밀리도 쿠마일처럼 심적인 '빅 식'을 겪고 있다. 에밀리는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으므로 새로운 사랑을 쫓고 있지만 다시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이렇게 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은 만남이 계속 이뤄지면서 연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쿠마일은 1400년 간의 관습을 싸우고 있지만 에밀리에게 솔직하게 고백을 하지 못해 매번 거짓말을 한다. 쿠마일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에밀리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농담과 거짓말로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미 사랑 때문에 상처를 겪었던 에밀리는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한 오해와 쿠마일의 진솔하지 못했던 태도에서 기인한 불안감으로 인해 이별을 택하게 된다. 게다가, 쿠마일의 정략결혼을 위해 매번 저녁 식사 자리에 결혼 상대자를 데려고 왔던 부모님은 그동안 자신들을 속인 아들에게 실망하고, 형은 쿠마일의 고백에 흥분한다.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에밀리, 그리고 시작된 14일의 기적


다시 혼자가 된 쿠마일은 우울하게 지내던 중 에밀리의 친구로부터 에밀리가 쓰러져서 응급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헤어졌지만 에밀리가 걱정된 쿠마일은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의사가 쿠마일에게 에밀리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의학적으로 혼수상태를 유도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에밀리가 14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쿠마일에게서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 쿠마일은 에밀리의 부모와 함께 매일 병실에 방문해 그녀만 걱정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겪고 있는 정체성 혼란도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게 유일한 해결방법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14일이 지난 뒤, 혼수상태에서 깬 에밀리는 처음에 헤어진 쿠마일이 병실에 있는 게 싫어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퇴원 기념 파티에 쿠마일이 보여준 진심 어린 선물과 유튜브에 떠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면서 에밀리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 14일이라는 시간을 함께 해주고, 대신 기억해준 쿠마일의 진심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14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두 사람은 그 사이 자신들의 사랑을 가로막던 장애물을 서서히 부수는 동시에 심적인 '빅 식'을 서로가 치유해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빅 식>을 보면서 갑자기 확 달아오르다가 급격히 식는 사랑의 온도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면 서서히 맞춰가는 사랑의 온도가 현대인에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보기를 바란다.




관람 인증

1. 2018.07.05 (언론배급 시사회)


작가의 이전글 직선적인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몬몬몬 몬스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