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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Jul 08. 2018

직선적인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몬몬몬 몬스터>

감각을 자극하는 연출과 편집으로 단점을 극복한 작품의 적절한 예


작년에 열린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몬몬몬 몬스터>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1)로 한국에 이름을 알린 구파도 감독의 새로운 연출작이다. 구파도 감독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연출한 뒤 자신의 원작을 영화화한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2014)의 각본과 제작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 신작의 장르가 로맨스가 아닌 공포 및 스릴러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구파도 감독의 공포 및 스릴러 장르 영화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몬몬몬 몬스터>는 괴물을 생산하는 사회와 그런 사회를 방관하는 개인 혹은 집단을 고발하는 메시지가 너무 명확하게 그려진다는 점과 일부 배우의 어색한 연기라는 단점을 안고 있지만,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이 이를 상쇄시킴으로써 결국 좋은 인상을 남긴다. 만약,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다면, <몬몬몬 몬스터>는 구파도 감독의 급작스러운 장르 전환만 뇌리에 새겨졌을 것이다.



하마터면 영화적 재미를 앗아갈 뻔한 메시지 전달 방법과 몇몇 배우의 연기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의 한 부류이므로 통쾌함과 신선함에서 파생되는 재미를 가져다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적 재미에는 감독이 전달하고자 한 주제의식이나 영화를 기획한 의도를 관객 스스로 찾아보게 내버려두었을 때 비로소 일어나는 재미도 있다. <몬몬몬 몬스터>는 후자의 재미를 극 초반부터 아예 없애버린다. 이 영화는 인간을 해치는 괴물, 괴물을 괴롭히는 학생들, 누군가를 따돌리는 행위를 즐기는 학생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방관하는 사람을 통해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를 다룬다. 감독이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유형의 인간상을 드러내기 위해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은 좋은 시도이다. 하지만, 이는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양면성을 조명하려는 의도를 살리지 못한다. 감독의 의도와 달리 요즘 갱스터 무비에 비견하는 수준의 비행하위문화와 그 집단, 그리고 이를 고발하거나 방지하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방관하는 태도를 지적하기 위해 <몬몬몬 몬스터>가 기획되었음을 극 초반부터 알게 만든다. 결국, <몬몬몬 몬스터>는 카타르시스에서 파생된 재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린슈웨이를 연기한 등육개와 담임선생님을 연기한 진패기의 연기는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을 방황하게 만든다. 주인공 린슈웨이는 학급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인물이자, 나중에는 런하오(채범희)의 무리와 함께 지내며 귀신을 괴롭히는 작당모의에 참여하게 되는 인물이다. 문제는 등육개 배우가 감정을 너무 부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린슈웨이라는 캐릭터는 '나 지금 억울해', '나 지금 화났어',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 '어쩔 수가 없다' 등을 여러 번 표정으로 묘사해야 하지만, 등육개 배우는 이런 감정을 표현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아예 설명을 하고 있는 수준의 연기를 펼친다. 담임선생님은 학급 내에 발생하는 집단 따돌림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기보다 종교적 믿음에 의존함으로써 상황을 넘기는 등 교사로서 해야 하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캐릭터다. 진패기는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을 연기한 것은 아니지만, 감정을 표현할 때 입 모양만 바뀌고 눈은 절대로 변하지 않음으로써 등육개와 마찬가지로 인위적으로 연기한다.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연기는 연기를 하고 있음을 그냥 대놓고 드러내므로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


<몬몬몬 몬스터>는 영화적 재미를 훼손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결국 이를 극복해낸다. 눈을 사로잡는 연출과 편집 장면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괴물의 피가 섞인 물을 마신 담임 선생님이 복통을 호소하다가 괴롭게 죽어가는 장면이 인상 깊다. 이 장면은 선생님은 괴로워하면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과 멀리서 크게 웃으면서 방관하는 학생 집단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바닥에 깔린 검붉은 피는 사방에서 이 모습을 촬영하느라 터지는 스마트 폰 플래시와 시각적 대조를, 그리고 가쁘게 몰아쉬는 숨은 런하오와 저 멀리 있는 학생들의 웃음과 사운드적 대조를 이룬다. 교차 편집으로 이와 같은 대조를 연출함으로써 방관적 태도가 현실적인 공포이자 폭력임을 관객에게 이야기하는 효과를 얻는다.



두 번째는 송운화와 가진동이 특별 출연한 장면으로도 알려지기도 한 버스에 탑승 중인 학생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하는 장면이다. 길 한복판에서 괴물을 만난 학생들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죽게 된다. 굉장히 잔인한 장면은 조형적 유사성과 교차 편집을 통해 아주 리드미컬하면서도 세련되게 그려진다. 믹서기로 얼음과 함께 갈리는 수박과 괴물의 손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버스 안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주는데, 이런 유사성이 지속되면서 수박 주스 제조가 완성되며 멈춘 믹서기를 통해 그다음 장면이 공개되기 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 가능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롱 쇼트로 담아낸 길 한복판 위에 심하게 흔들리는 버스 장면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2006)에서 컨테이너에 갇힌 수십 명의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은 장면을 문득 떠오르게 한다.



세 번째는 엔딩 시퀀스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런하오와 그의 친구를 배신하고 복수한 린슈웨이가 바깥에서 나오는 순간 영화는 홍조 빛이 도는 필터를 장면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린슈웨이는 자기 반이 먹을 국 통을 교실로 운반하는데, 본인처럼 집단 따돌림을 당해 매일 교실 밖 복도에 앉아 있는 동급생이 국을 마시지 못하게 한다. 이는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힐 무리가 사라진 린슈웨이가 복도에서 지내는 동급생을 따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급 전체가 잠이 들자 린슈웨이는 복도로 걸어 나오면서 홍조 빛 필터가 제거되는데, 그 순간 불에 타는 모습으로 교실에서 뛰쳐나와 죽어가는 학생들을 목격하게 된다. 린슈웨이는 괴성을 지르는 학생들을 뒤로한 채 포효하면서 본인도 불에 타면서 쓰러질 때까지 걸어간다.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학생이 아까 국을 마시지 않은 복도 밖 동급생이다. 그래서, 이 시퀀스는 린슈웨이가 괴물의 피가 함유된 급식 국을 전달함으로써 집단 따돌림에 옹호하거나 방관했던 학우들에게도 죽음의 복수를 했다고, 그리고 린슈웨이 본인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죄의식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은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이 없었다면 방관적인 태도가 일으키는 공포가 밋밋하게 그려질 수 있었고, 버스 장면은 그저 잔인한 장면으로 기억될 수 있었고, 그리고 엔딩 시퀀스에서 엄청난 반전을 불러일으킬 수 없었을 것이다. <몬몬몬 몬스터>가 선사한 연출과 편집의 멋이 궁금하다면 관람하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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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07.04 (키노라이츠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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