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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선비 Aug 22. 2021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영화 <모가디슈(2021)>

*영화 <모가디슈>의 결말 및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를 본 것 같다. 깔끔한 전개에 적절한 스릴이 가미되어 부족한 점이 없었달까?

 하지만 몇 달이 지나서 이 영화에 대해 누가 물어본다면 제대로 기억하는 게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건 참 어렵지만, '명작'을 만드는 건 또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는 걸 다시 실감한다.

 

 모가디슈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소말리아 내전이 시작되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점에 실제 소말리아 대사로 계시던 강신성 님의 경험을 토대로 쓰였다고 한다.

 88 올림픽을 개최하고 한국이 드디어 선진국 반열로 들어서는 격변의 시기가 배경이기에 국뽕적 요소로 채울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영화는 다행히 그러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사모님이 북한 아이에게 과자를 권했지만 애가 사양했을 때 마음이 얼마나 진정되던지... '(초코파이를 먹으며)와, 이게 뭔 맛이 드래요?' 혹은 육개장 라면을 먹으면서 먹방 BJ 마냥 자세한 맛 묘사를 하는 장면 같은 게 없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편안).




 이 외에도, 배경이 배경인 관계로 소말리아의 인권 문제나 벌어지는 사건에 깊게 연루되기보단 다소 관망적인 태도를 취하며 대사관 직원들의 생존 자체에만 포커스를 둔 것도 좋았다.

 물론 이게 현실적으로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영화에선 얼마든지 반군 현지 청년이나 탄압당하는 시민들을 활용하여 흔히 말하는 '신파'를 곁들일 여지가 많았기에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북한 대사관과의 관계도 그렇다. 남북이 함께 탈출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신파로 엮을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최대한 감정적 요소를 배제한 채, 생존 자체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통일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일단 살고 봅시다.'라는 대사에 잘 드러난다.

책 따위를 장갑처럼 두른 탈출 차량


 종합해 보면, '모가디슈'는 무난하고 깔끔한 전개와 한국에는 별로 없는 스타일로 장점이 많은 영화지만 분명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특히 한신성 대사가 두 부하의 갈등을 유연하게 중재하고 무뚝뚝하면서도 정이 많은 캐릭터로 묘사되긴 하지만 이탈리아 대사관에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북한 사람들을 구하려 하는 모습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는데, 평소에도 북한 측과 원수 같은 관계였기도 하고 그들을 내부로 들이는 데 가장 크게 고민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에는 딸을 홀로 두고 아내만이라도 어떻게든 한국행 비행기를 태우려 노력했던 점에서, 이집트 대사관에서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던 북한 측을 위해 도박하듯 큰 위험을 감수한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는 '동일한 상황에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적용했을 때의 일이고, 뭐 그렇게 치면 모든 영화가 '역시 나였으면 불가능해'로 귀결되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는 건 아니다. 한신성이라는 인물을 영웅화하는데 집중한 영화가 아니기도 하고.


 그런 것보다 가장 두려운 건 사실 이 영화가 그다지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을 때, 투자자 분들이 '역시 한국 영화는 신파가 빠지면 흥행이 안 돼.'라는 결론으로 이르는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되는데... 나라도 모가디슈를 두 번 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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