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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Jun 16. 2019

[블랙 미러 시즌 2] ep3. 왈도의 전성시대

정치 참여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자신보다 못한 이들의 지배를 받는 것

3류 극단 배우 제이미는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캐릭터 '왈도'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유명 인사에 대한 저급한 유머와 근거 없는 힐난으로 유명한 왈도. 지방 선거 유력 당선 후보 '먼로'가 왈도의 코너에서 망신당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왈도는 일약 인기스타가 된다. 제이미(왈도) 소속 방송사 사장은 시청률 확보를 위해 이벤트 차원에서 왈도를 먼로 비방용으로 선거에 출마시킨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폭발적이다?




플라톤 "정치 참여를 외면한 것에 대한 가장 큰 대가는 자신보다 못한 이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번 에피소드는 왈도라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통해 정치적 무관심이 야기할 수 있는 파국에 대해 경고한다. 지금까지의 어떤 에피소드들보다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던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왈도의 상스러운 농담을 대중들이 사랑한다는 전제와 왈도가 지방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전제는 다분히 억지스러우나 <블랙 미러>가 애당초 우화적 담론 체계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감안하고 바라보도록 한다. 요점은 그런 억지스러운 일련의 전제들이 흐르고 흘러 결국 맞닿는 곳은 우리가 처한 정치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번 에피소드를 현실과 일대일 대응해 설명하자면 왈도의 근거 없는 저급한 농담은 정치판에서의 네거티브 공세로, 왈도가 계속해서 먼로를 비방하게 함으로써 시청률을 확보하려는 방송국 사장의 시도들은 선거철마다 출마자의 공약보다 가십에 포커스를 맞추는 언론의 옐로우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네거티브 공세와 옐로우 저널리즘이 현실 속에서 자행되는 까닭은 대중들에게 여전히 소구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를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특히, 왈도가 출마자들이 모두 참석한 토론회에서 보수당의 왈도를 맹렬히 힐난하고 그에 이어 노동당의 (썸을 타던 중 갑자기 잠수를 탄)해리스에게도 왈도와 마찬가지로 거짓일 뿐이라며 비난하는 씬은 '이 후보나 저 후보나 다 똑같다'는 양비론을 연상시킨다. 언론의 옐로우 저널리즘으로 집중 보도되는 이와 같은 네거티브 공세는 정치 현실에 대한 양비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중들로부터 정치적 무관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선거철만 되면 연예인에 대한 찌라시부터 출마자에 대한 '카더라 뉴스' 보도가 급증하는 한국 사회처럼.


https://brunch.co.kr/@inu-ssw/108

 

 '[블랙 미러 시즌1] ep.1 돼지와 공주'에서 그랬듯 기본적으로는 <블랙 미러>는 정치/시스템을 폭력적·권위적으로 대중을 비도덕적·비이성적으로 견지하는 듯하다. <블랙 미러>의 이러한 입장이 정확하게 드러나는 씬이 있다. 왈도를 연기하는 것에 죄책감과 회의감을 느낀 제이미가 왈도 선거 전광판 차량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왈도에게 투표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며 먼로보다 나은 해리스를 뽑아야 한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사람들은 '왈도를 뽑는 게 더 재밌는 일'이라며 공감하지 못한다. 심지어 제이미는 행인에게 폭행까지 당한다. 

 그 결과는 먼로의 당선으로 이어진다. 왈도는 득표수 2위를 기록하는데 사람들이 왈도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면 먼로보다 공약 부분에서 더 진정성을 보였던 해리스가 당선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에피소드의 디테일이 엿보였던 부분은 해리스가 먼로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사람임은 확실하지만 그녀가 이번 선거에 커리어를 위해 출마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꿈꿔왔던 100% 이상적인 정치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결국 투표는 차악을 뽑는 것'이라는 정치 격언을 상기시키는 셈이다.

 이처럼 <블랙 미러>는 대중을, 정치를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 할 것을 종용한다. 엔딩 씬을 통해 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미래 사회. 완전무장한 경찰들이 진압봉을 들고 노숙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아마 그 사회는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공권력이 대중을 무자비하게 억압, 탄압하는 것이 합법화된 사회일 것이다. 플라톤의 말처럼 정치 참여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자신보다 저급한 이들의 지배를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줄 평: 느슨하고 또 허술하지만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정직한 이야기. 방송국은 선거철마다 이번 에피소드를 틀어줄 의무가 있다.

참신함 & 흥미도: ★★

완결성 & 소구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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