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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Aug 01. 2019

通하였느냐:<사자>와 <엑시트>의 세 가지 공통점

그런데 말입니다. 왜 <사자>는 혹평을, <엑시트>는 호평을 받을까요?

 7월 31일.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사자>와 <엑시트>가 개봉했다. <사자>는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의 차기작으로 '<검은 사제들>을 이을 한국형 오컬트가 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과 '<청년경찰>에서의 서사적 허술함과 낙후된 젠더 의식이 답습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분분했다.

 <엑시트>는 '내세울 건 암벽 등반 밖에 없는 만년 백수의 재난 탈출기'가 네티즌들에게 마냥 독특하고 코믹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일까. <사자>와 달리 <엑시트>는 네티즌들의 우호적인 관심 속에서 개봉했다. 에디터가 실제로 개봉 당일 두 영화를 연달아 본 결과, 작품성은 네티즌들의 예상에서 크게 엇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와 같이 <사자>와 <엑시트>가 상대적일지라도 작품성 수준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음에도 두 작품은 묘하게 通하는 구석이 많다. 무엇이 대조되고 무엇이 通하였느냐고?




通하였느냐: 멈추지 않는 맨손 액션의 향연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사자>와 <엑시트>는 오프닝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맨손 액션이 이어진다. <사자>는 파이트(fight), <엑시트>는 클라이밍(climbing)의 형태로 맨손 액션을 선보인다. <사자>의 관람 묘미는 악마와의 격투(퇴마)에서 오는 박진감, <엑시트>의 관람 묘미는 고층 건물 등반에서 오는 긴장감이다. 두 작품 모두 맨손 액션에 사활을 건 까닭에 관객들은 필연적으로 맨손 액션 씬에 대한 설득력과 탁월함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는 두 작품에 대한 평가가 대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이 퇴마를 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액션과 조잡한 CG로 승부를 내려한다. '엄마 손은 약손' 마냥 주인공 박용후(박서준 扮)가 계시를 받은 오른손만 갖다 대면 악마가 소멸한다. 어디 그뿐인가. 후반에 박용후가 각성하자 그 오른손에는 흰 불이 붙기까지 한다. 불이 붙던 순간, 객석에서 곳곳에서 터지던 어이없는 탄성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엑시트>는 맨손 액션에 대한 이상근 감독의 고심이 느껴진다. 용남(조정석 扮)과 의주(윤아 扮)가 높고, 넓게 확산되는 유독가스를 피해 밧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고층 건물로 이동하는 일련의 씬들은 충무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용남이 누나를 살리기 위해 10분 가량 쉬지 않고 건물 옥상을 올라가는 씬은 말 그대로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국식 재난 버전의 <하늘을 걷는 남자>라고 해야 할까.      

       

通하였느냐: 개연성의 부족과 감독의 고집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사자>와 <엑시트>는 결정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 당신의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생략돼있다. 생략으로 말미암아 생긴 공백을 메우는 것은 감독의 고집인데 <사자>의 김주환 감독의 고집에는 마냥 고개를 가로젓게 되다가도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의 고집에는 갸우뚱하다가도 이따금씩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자>의 김주환 감독은 세계관과 인물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만을 일방적으로 설파한다. 그중에서도 메인 빌런인 지신(우도환 扮)이 악마 숭배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 악마가 신에 대척해 인간을 설득하는 논리에 공을 들이지 않은 게 가장 큰 허점이 아닐런지. 신에 대해서도, 악마에 대해서도 어떠한 논거도 없이 '하라니까 하는' 맹목적인 믿음만을 보이는 인물들 간의 대립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영양가 없는 권선징악 교훈'뿐이다. <사자>는 결국, 이 동어반복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은 영화를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강렬하게 밀어붙인다. 기존에 충무로식 재난 영화의 공식 역시 과감하게 배제한 채. <엑시트>에는 <부산행>에서처럼 '명존쎄' 분노를 유발하는 인물도 없고, <해운대>에서처럼 누구 한 명이 꼭 죽어야 하는 극단적 상황도 없고, <터널>에서처럼 경제적 이유로 구조를 미루는 무책임한 국가도 없다. 긴장감 넘치는 맨손 액션을 통해 오로지 생존 하나만을 부각할 뿐이다. 이는 영화관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 하는 관객 트렌드에 영민하게 반응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通하였느냐: 배우 캐스팅이 신의 한 수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지금까지의 시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분들도 있을 텐데 캐스팅에 대한 시각만큼은 에디터와 通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자>의 캐스팅 라인업을 보자. 안성기, 박서준, 우도환, 최우식이라니. 연기나 비주얼로나 말 다 했다. 두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작품에 칭찬 세례를 아끼고 싶지 않은 마음. 개연성의 부족에도 안성기와 박서준의 케미는 빛이 난다. <사자>는 연기 부분에서마저 위태로웠다면 정말 위험할 뻔했다. 물론, 좋은 시나리오로 만났다면 배우들이 더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하지만.

 <사자>의 캐스팅이 워낙 압도적이라서 그렇지 <엑시트> 역시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을 보여준다. 주연은 윤아와 조정석뿐이지만 고두심, 박인환 등 친숙한 조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전작 <공조>에서 조연을 맡았던 윤아는 이번 작품에서 코믹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충무로에서의 주연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조정석은 특유의 잔망스러운 딕션과 제스처로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번 작품의 성공으로 <뺑반>에서의 치욕을 충분히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8월 2-3주 차까지 <봉오동 전투>(08.07), <분노의 질주: 홉스&쇼>(08.14)를 제외하면 마땅한 대작들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사자>와 <엑시트>는 극장가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까? <사자>의 개봉 당일 관객수는 40만 명으로 작품성이야 어찌 됐든 캐스팅 파워와 오컬트 무비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찌어찌 손익분기점(360만 명) 이상으로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엑시트>의 개봉 당일 관객수 49만 명으로 '여름철 긴장감 넘치는 전체 관람가 영화' 타이틀로 손익분기점(350만 명)을 최소 2배 정도는 훌쩍 뛰어넘는 선까지 흥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글은 성지가 될 수 있을까?)


*8월의 화제작 <사자> & <엑시트> 리뷰 재밌게 읽으셨나요? '좋아요'와 '구독' 눌러주시면 더 재밌는 글로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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