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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Jan 18. 2017

<굿 윌 헌팅> 리뷰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영화 <굿 윌 헌팅>은 천재적인 두뇌를 지녔지만 유년시절의 상처를 극복해내지 못하고 일용직 노동자로 살며 재능을 낭비하는 청년 ‘윌’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주요 코드는 로맨스와 코미디가 가미된 전형적인 드라마 장르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기승전결 역시 우리가 예상하는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꽤나 정직한 영화다. 얼핏 심심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직함이 주는 묵직한 감동이 <굿 윌 헌팅>을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한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윌에 대한 설정은 굉장히 흥미롭다. 낮에는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어깨너머로나마 강의를 듣기 위해 MIT의 청소 일을 한다. 반면, 밤이 되면 친구들과 패싸움을 일삼으며 싸구려 맥주로 하루를 축인다. 전문적인 수준의 인문학적 대화는 기계적으로 내뱉을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진짜 이야기는 하지 못 한다. 윌의 이러한 행동양식은 불안정한 성장배경으로부터 기인한다. 자신의 삶을 설계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거칠게 살아오다 보니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이를 억누르려는 의지가 충돌하며 극도의 불안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유년시절 잦은 파양과 양부의 폭행으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윌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세상에 대한 반항으로 칭칭 동여맨다. 너무 이른 시기에 어른이 돼야만 했던 윌에 대한 설정은 지금껏 봐온 어떤 영화의 인물들보다도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나의 성장기 역시 유년시절의 상처를 안고 의지할 대상 없이 홀로 내몰린 채 견뎌야 하는 시간들로 메워져 있었다. 내가 주저앉아도 나를 일으켜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어린 나로 하여금 아픔을 숨기고 괜찮은 척 행동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굿 윌 헌팅>이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나처럼 윌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시키고 그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위로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윌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명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윌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가 재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MIT의 수학교수 램보와 윌의 심리 치료를 돕는 심리학 교수 숀이다. 그러나 윌에게는 이 둘의 존재가 불편하다. 그에게는 이들의 선의가 자신이 내면에 둘러놓은 울타리를 허물어 버리려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윌은 그에게 도움의 손을 뻗는 이들을 모욕으로 응수한다. 심지어는 난생처음 사랑을 느낀 연인에게도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진정한 시작도 하지 않고 관계를 정리한다. 이러한 반항적인 행위는 역설적으로 윌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도움을 필요로 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이 페인 그 내면의 상처를 어떻게 메워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램보는 윌에게 성공에 대한 지름길을 제시함으로써 그가 치유될 수 있다고 믿었고, 숀은 윌에게 미래를 정하기에 앞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 그를 돕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다.  

    

덤덤한척해 보지만 "괜찮아"라는 한마디에 참아왔던 서러움이 세차게 흘러내린다


 “너에 대한 기록들.. 전부 헛소리야. 네 잘못이 아니야” “알아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네 잘못이 아니야” “알아요” “네 잘못이 아니야” “안다고요” “아니 넌 몰라. 네 잘못이 아니야” “알아요” “네 잘못이 아니야” “성질나게 하지 말아요. 선생님이라도!!” “네 잘못이 아니었어..”     


 윌은 램보를 따라 자신을 망각하고 성공가도를 선택하는 것처럼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는 숀을 통해 윌을 위로하기로 결정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후반부, 윌이 숀과의 격렬한 말다툼 중 오열하면서 자신이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장면이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의지할 대상 없이 괜찮은 척 살아와야 했던 그에게 기적적으로 건네진 “괜찮아”라는 한 마디. 그 한마디는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살아야 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덤덤하면서도 따듯하게 진심을 담아 위로를 건넨다.

 윌처럼 극단적으로 불행한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어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굿 윌 헌팅>은 그런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다. 영화의 진정한 힘은 이런 것이 아닐까.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희로애락을 느끼고 본질적으로 가상의 시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삶을 발견해낸다. 때때로 그 감동은 몇 권의 책 보다 더 큰 파동으로 우리의 삶을 울린다. <굿 윌 헌팅>은 그런 영화의 정수를 충실하게 담은 영화다. 때때로 삶에 지치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자신에게 <굿 윌 헌팅>을 선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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