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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Oct 24. 2018

아이의 시선이 담아낸 어른의 세상
<펭귄 하이웨이>

아이도 영화도 어른이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제목: 펭귄 하이웨이(10월 18일 개봉)

감독: 이시다 히로야스

출연: 키타 카나(아오야마 일본어 목소리 役), 아오이 유우(누나 일본어 목소리 役)

#1시간 58분 #펭귄 #성장 #어른 #상실


*해당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의 지원으로 시사회에 참석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펭귄의 등장은 드물게 이뤄진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귀여움으로 무장한 펭귄의 대거 출연에 유아 전용 영화라고 생각하겠지만 <펭귄 하이웨이>는 철저하게 성인 전용 영화다. 영화의 시선은 곧, 주인공인 11살 아오야마의 시선과 일치한다. 아이의 시선임에도 그 시선은 아이를 거쳐온 어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이기에 아이들이 따라오기에는 벅찬 측면이 있다. 애당초 펭귄은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영화의 메타포로서 존재한다. 난데없이 등장한 펭귄들은 결과적으로 아오야마에게 호기심, 애정, 상실, 극복 등 성장을 위해 겪어야 하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경험하게 해준다.

 <펭귄 하이웨이의>의 주제의식은 '성장'인 셈이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주제의식에 대한 화법을 굉장히 오버톤으로 구사한다. 영화의 전제 자체가 판타지인 것을 감안해도 그렇다. 아오야마의 지적 수준을 너무 끌어올렸다고 해야 하나. 시종일관 달관한 것 같은 태도는 덤이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아오야마에게 전형적인 애늙은이 설정을 부여하는데 꽤나 공을 들인 듯하다. 그럼으로써 성장에 대한 영화의 주제의식은 더욱 명료해진다. 아무리 어른처럼 보이고 싶은 아이일지라도 아이는 결국, 아이라는 것.


아무리 어른인 척 해도 아이는 결국, 아이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아오야마의 성장은 펭귄과 함께 난데없이 그의 삶에 등장한 '누나'를 통해 이뤄진다. 펭귄과 함께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그녀는 아오야마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줄 수 있는 친근한 대상이면서 동시에 콜라캔으로 펭귄을 만들어내는 미지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오야마에게 누나는 대상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어른의 세계'의 표상으로 아이인 자신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와도 같다. 또래 아이들 앞에서는 사뭇 어른스럽게 묘사되는 아오야마가 누나 앞에서는 한없이 어린아이처럼 묘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른이 되기까지 3,888일이 남았다며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기를 바랐던 아오야마는 처음 맞닥뜨린 어른의 세계를 두고 어쩔 줄 몰라 한다. 그 위에는 애정, 간절함, 호기심 등의 생각과 감정이 중첩된다. 성장은 낯선 경험과 마주함으로써 시작되고 상실과 상처를 통해 마무리된다. 아오야마의 성장은 이러한 성장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누나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고민하고 풀어나가며 성장이 시작되지만 영화의 끝에서 본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누나와의 이별을 받아들임으로써 상실과 상처를 안고 성장의 한 영역을 매듭짓는다.


좋은 성장은 좋은 사람을 만남으로써 이뤄진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中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꼰대의 말을 빌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펭귄 하이웨이>에서 본 것은 성장과 함께 수반되는 '성장통'이었다. 어떤 성장은 수 없이 흔들림으로써 피어난다. 분명하게 해야 할 건,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이 <펭귄 하이웨이>에서 성장에 대한 이 정도의 깊이를 보여줬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펭귄 하이웨이>는 결과적으로 성장이라는 주제의식 언저리에 겨우 안착했을 뿐이다. 주제의식에 근접하기에는 서사의 설득력과 갈등 전개 및 해결 과정이 너무 미약하다. 전체적으로 루즈하다는 느낌 역시 떨쳐낼 수 없다.

 특히,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이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언급과 묘사가 영화 전반에 걸쳐 노골적으로 이뤄진다. 관련 씬만 등장하면 영화의 시선은 급격하게 관음적으로 변모한다. <펭귄 하이웨이>가 불편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주제의식과 묘사에 있어서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충분한 고민과 성찰이 있었다면 그래서 이와 같은 일련의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면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었을 것이다. 성장해야만 하는 것은 아이만이 아니다. 


정식 연재: http://www.lunarglobalsta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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