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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Dec 28. 2018

<PMC: 더 벙커>의  관람평은 왜 극과 극일까?

독창적이면서도 상투적일 수 있는 아이러니

<PMC: 더 벙커> 포스터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제목: PMC: 더 벙커

감독: 김병우

출연: 하정우(에이햅 役), 이선균(윤지의 役)

#2시간 4분 #더 테러 라이브 #밀실 서스펜스 #1인칭 액션 #긴장감 #

 

 "그래서  <PMC: 더 벙커> 재밌어요?". 영화 예매를 앞둔 독자들의 실용적인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개인적으로는 재밌었어요"이다. 부득이하게 '개인적으로'라는 조건을 내건 까닭은 <PMC: 더 벙커>가 개인의 영화 취향, 동기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관람평의 양극화를 체감하기는 어렵지 않다. '할리우드를 모방한 난잡한 신파의 연속'이라는 악평과 '충무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과 몰입감의 향연'이라는 호평 사이에 <PMC: 더 벙커>가 존재한다.

 



<PMC: 더 벙커>(좌)는 <더 테러 라이브>(우)에서의 밀실 서스펜스를 그대로 답습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PMC: 더 벙커>는 <더 테러 라이브>에서 압도적인 밀실 서스펜스로 찬사를 받은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으로 화제가 됐다. 김병우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에서 그랬듯 인물을 제한된 조건 속에서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관람평의 양극화는 그로부터 비롯된다. 밀실 서스펜스를 통한 긴장감이 시종일관 강조되다 보니 개연성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PMC: 더 벙커>에 호평을 한 관객들은 긴장감 내지 스타일에, 악평을 한 관객들은 개연성 부족에 주목한 셈이다. 무책임하지만 선택은 결국, 관객의 몫인 것이다.  

  <PMC: 더 벙커>는 충무로에서는 생소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설정으로 구성된다. 김병우 감독은 할리우드식 설정의 가용 범위 안에서 국제 정세를 미묘하게 반영한다. 영화 속에서 북한 장악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알력은 전쟁 직전으로까지 치닫는다. 그 속에서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팀장 에이햅에게 남북경계선 인근 벙커에서 이뤄지는 회담에 참석한 북한의 수뇌부를 납치해오라는 미션이 백악관으로부터 떨어진다. <PMC: 더 벙커>는 철저히 에이햅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생존, 정치 게임이다.


영화의 긴장감은 에이햅의 생존과 결부됨으로써 강화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영화에서 액션은 에이햅의 생존 게임 즉, 밀실 서스펜스를 부각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벙커에서 이뤄지는 <더 테러 라이브>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 시작 20~30분은 사실상 에이햅의 원맨쇼로 상황 설명과 떡밥이 장황하게 그를 통해 발화된다. 에이햅을 연기한 하정우는 액션 씬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그가 가진 능력을 통해 긴장감을 일정 수준까지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시나리오 자체가 불안정하다 보니 기대했던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에이햅이 자아내는 긴장감이 즐기기에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영화적으로 세련되지 못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영화 전반이 떡밥 투척을 위한 일종의 물밑작업이라고 했을 때, 이후의 구간에서 떡밥이 얼마나 잘 회수됐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회수는 이뤄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올드하게 이뤄져 몰입을 방해한다. 기존 영화의 클리셰가 그대로 답습된다. 인물의 과거부터 인물이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에 이르기까지의 대부분의 씬이 충분히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PMC: 더 벙커>는 썩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특히, 김병우 감독은 '휴머니즘'에 과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표현하는 화법이 구식이라는 느낌을 떨쳐내기 어렵다. 영화는 매력적인 악동을 꿈꿨으나 평범한 모범생으로 회귀한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PMC: 더 벙커>는 <더 테러 라이브>에서의 밀도 있는 밀실 서스펜스를 꿈꿨으나 상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쉬운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PMC: 더 벙커>는 대부분의 호평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충무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예외적인 액션에 도전한 과감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운드의 활용이었다. 대부분의 씬에서 극 중 인물과 관객이 같은 소리를 공유하는 일반적인 한국 액션, 스릴러 영화와 달리. <PMC: 더 벙커>는 강렬한 효과음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관객을 청각적으로 극 중 인물과 분리시켜 그 몰입도를 비약적으로 고조시킨다. 그에 더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간간히 제공되는 1인칭 액션씬은 결이 다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김병우 감독은 하정우의 원맨쇼 밀실 서스펜스에 관객들이 충분하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도록 위의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치한다.



  

 <PMC: 더 벙커>가 독창적 소재로 시작했다는 의견에는 이의가 없다. 상투성과 고루함에 함몰됐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배우의 유명세에만 의존해 스토리도, 스타일도 엉망으로 일관한 채 개봉하는 영화들보다는 상대적일지라도 괜찮은 작품이 아닌가. 영화에 너무 많은 스토리 요소를 담아내려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발목을 잡기는 했으나 <PMC: 더 벙커>의 완급조절 없는 스펙타클함은 생각보다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하정우와 이선균의 팬이라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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