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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뷰어 Feb 12. 2020

한번 빠지면 출구가 없는 프랑스 영화

어서 오세요, 나가시는 문은... 없습니다.

  모르겠다. 언제부터 내가 프랑스 영화를 즐겨보기 시작했는지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신선하다’ 라거나 ‘특이하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 영화는 십중팔구 프랑스 영화였다. 이제는 ‘프랑스 영화’라는 것이 또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다르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 관객들로부터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한다. 낯설어서 자꾸 흘깃대다 보니 나중에는 대놓고 찾아보게 됐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프랑스 영화가 한 편, 두 편 계속 쌓이고 나서야 사랑인 줄 알았다.



프랑스 영화는 예쁘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Copyright 유로 와이드 필름 프로덕션 All Rights Reserved.
영화 <무드 인디고>, Copyright 스튜디오 캐널 All Rights Reserved.

  프랑스 영화들은 유난히 색감이 알록달록하고 소품이나 배경이 아기자기한 영화가 많다. 특히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경우에는 애니메이터 겸 만화 작가인 실벵 쇼메 감독의 첫 실사 영화로 장면 하나하나가 동화처럼 아름답게 묘사된다.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폴’이 비밀 정원에서 잊혀진 기억을 불러내는 따뜻한 허브티와 마들렌을 받아 드는 장면은 아직도 그림처럼 뇌리에 박혀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무드 인디고>는 대사보다는 그 외의 것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무드 인디고>의 줄거리 설명을 보면 영화를 크게 ‘VIVID-PASTEL-COLORLESS’, 총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이는 주인공들의 심리와 상황적 변화에 근거한다. 알록달록한 장면들은 빛이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시들어서 악취를 풍기게 된다.

 


프랑스 영화는 엉뚱하다.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은 살면서 본 영화 중 가장 엉뚱한 영화다. 좋게 말하면 '귀엽다’고, 다르게 말하더라도 이 사랑스러운 영화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혹평은 ‘엉뚱하다’가 최선이다. 자존감도 존재감도 바닥인 남자 주인공의 집에 찾아온 부엉이 한 마리. 들뜬 마음에 직장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주인공은 부엉이를 직장에 데려가려 하지만 부엉이 역시 말을 들을 리가 없다. 결국 그는 본인이 부엉이 탈을 쓰고 출근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운명의 상대인 판다를 만난다. 말도 안 되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최소한 이런 꿈을 꾼다면 다음날 아침은 왠지 모를 설렘으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것이다. 



프랑스 영화는 따뜻하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Copyright 스튜디오 캐널 All Rights Reserved.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시작할 때 "확실한 게 참 없는 이 세상에서 아주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네모는 동그란 틀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상의 풍파에 깎이고 부서져 모날 대로 모난 네모들, 혹은 동그라미들은 우리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누군가가 프랑스 영화를 가끔 생각나는 달달한 디저트에 묘사한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자극적이고 심오한 영화들에 싫증을 느끼는 당신, 무기력한 일상에 대한 환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프랑스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때로는 혼을 쏙 빼놓는 따끔한 충고보다는 말없이 토닥이는 애정 어린 손길에 다시 일어날 의지를 찾게 되는 법이지 않은가. 억척스럽다고 느낄 만큼 버거운 상황에서도 프랑스 영화 주인공들은 희망을 찾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창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창문 근처에 맺힌 빗방울로부터 서늘함이 느껴지지만 이 모든 것이 마냥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당신이 프랑스 영화와 사랑에 빠지기 참 좋은 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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