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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영 Feb 04. 2018

누에치던 방

흘러갔던 흔적의 관계를 현재의 내가 메꾸고 나아가려는 쓰라린 용기.

(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상희, 홍승이, 김새벽, 이주영, 임형국 님이 출연하고
이완민 감독이 연출한 '누에치던 방'을 보고 왔습니다.

작년 '꿈의 제인'과 재작년 '우리들'이 생각나게 하는
독립영화의 힘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형식적인 시도가 매우 흥미롭기도 한데,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가 서로 교차되며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촘촘하게 이어주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험적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저에겐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이은 구조로 보입니다.

영화의 의미를 관객들 따라서는
서로 다르게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텍스트도 풍부하게 다가옵니다.

등장인물의 관계와 행동 그리고
캐릭터를 직조한 이완민 감독의 연출까지
기이한 구석도 보이는데,

과거와 현재를 잇는 흥미로운 형식 자체가
이야기와 캐릭터들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씬과 씬이)어떻게 충돌되고
이을려고 하는지도 재미있는 포인트 입니다.
(1인 2역을 하고 있는 김새벽씨가 맡은 '유영'이라는 캐릭터,
2인 1역을 하고 있는 홍승이, 이주영씨가 맡은 '성숙'이라는 캐릭터까지
과거와 현재에 서로 부딪치고 충돌하는
사람들이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 같은 영화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서사구조로 읽으려 할 때,
난색을 표시하기 쉬운 영화입니다.

인물과 인물 간의 뉘앙스와 분위기가 특히나 중요한데,
아니나 다를까 서사와 인물간 감정에서는 괄호를 쳐놓고
생략해 놓은 곳이 많이 있습니다.
(분명 난점이 있는 구석도 있습니다.)

허나, 그 인물들의 사정을 일일이 부연하고 설명한다 해서
이야기와 감정을 깊게 다룰 수 있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초반부 피구 코멘트나 후반부 상황을 보아도
이완민 감독은 오히려 친절하게 연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흘러갔던 시간의 흔적에 고통받거나 고여있던
인물들이 현재의 자신이 어떻게 메꾸고 이어나가려고 하는 지를
영화의 연출이나 인물의 상황,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으로
코멘트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망각하고 잊으려 했던 사람들이
반대로, 사실은 과거의 잔해에 고여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박력 넘치게
엔딩을 선사하는 이완민 감독의 연출은
단호하면서 정면으로 마주하려 합니다.

주변 인물에 의해 혹은
도움으로 마주하려는 경향도 있지만
혼자서만 감당하기에는 벅차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이 모든 자아의 여정이자 관계의 여정에는
문을 두드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쓰라린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완민 감독의 연출도 상당히 눈에 들어오지만,
배우들의 흥미로운 연기에도 눈이 들어옵니다.

특히나 이상희, 홍승이 님이
인상적으로 연기를 펼치는데

연극과 독립영화에서만 보기에는
아까운 배우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김새벽과 이주영님
역시 좋은 연기로 영화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임형국님 역시 독립영화에서는 많이 보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상업영화에도 보았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이 영화는 결국 이완민 감독의
섬세하고 흥미로운 장편영화 데뷔 연출일 것입니다.

과거를 마주,하고 해야할 용기가 있어야
현재에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가 영화로 보여주고 있어
신뢰감까지 느껴지는 군요.

분명 상업 대중영화계가 느끼고
배워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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