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벽화 고분

천 년 전 사람들의 일상과 신화

by 모두의국사쌤

고구려는 웅장한 산성과 강력한 군사력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벽화 고분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5세기~7세기에 만들어진 고분들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믿음을 화폭에 담은 타임캡슐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강서대묘, 무용총, 각저총 같은 고분에는 사냥, 씨름, 연회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죽은 자가 저승에서도 풍요로운 삶을 이어가길 바라며, 살아 있을 때 즐기던 모습들을 무덤 벽에 그려 넣었습니다.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춤추는 무용수, 말을 몰아 사냥에 나서는 귀족들, 활시위를 당기는 군사들의 표정은 천 년이 넘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고구려 벽화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신화와 상징의 세계입니다. 청룡·백호·주작·현무 같은 사신도는 죽은 이를 수호하는 수호신이자, 하늘과 땅, 사계절의 질서를 상징했습니다. 이러한 그림은 고구려인의 우주관을 그대로 드러내며,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영혼을 지키는 신성한 장치로 여겨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벽화 속 세부 묘사에서 당시의 의복, 악기, 무기, 가구 등의 생활 정보를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냥 장면에 등장하는 안장과 말 장식은 고구려의 발달한 기마 문화를 보여주고, 연회 장면의 식기나 악기는 당시 귀족의 문화 수준을 알려줍니다.


오늘날 고구려 벽화 고분은 단순한 역사 유적을 넘어, 미술·민속·종교·고고학을 아우르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무덤 속 벽화는 말이 없지만, 그림 한 장 한 장이 고구려인의 삶과 꿈, 그리고 그들이 믿었던 세계를 조용히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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