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착각의 두 달

by 사공

신입사원 연수 두 달은 내 인생의 절정, 황홀한 착각의 시간이었다.

연수 장소는 도심에서 격리된 곳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최고급 기업 연수원이었다.

외부인은 출입 금지.

건물 전체가 유리와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우리가 배정받은 객실은 푹신한 침구와 첨단 비즈니스 기기가 구비된 호텔 스위트룸을 방불케 했다.

일상의 모든 것은 완벽하게 통제되고 관리되었다.


매일 아침, 영양사가 칼로리와 영양 밸런스를 맞춰 짜준 코스 요리가 제공되었고, 우리는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식사를 했다.

점심시간에는 각자의 전공 분야와 입사 동기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서로의 우월감을 확인했다.

밤이 되면 공식 일정은 끝났지만, 우리의 '축제'는 시작이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유롭게 고급 와인과 샴페인이 터지는 소리가 가득했고,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학벌, 인턴 경험, 면접장에서의 기지 등을 나누며 선민의식을 더욱 강화했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선택받은 존재라는 굳건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수백 명의 수재들, 우리는 팀 빌딩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우월감에 취해 있었다.

뻔하고 때로는 시시했던 협동 과제들마저 '우리가 이 회사의 미래, 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간다'는 거대한 사명감 속에 빛을 발했다.


나 역시 "당신들은 시스템을 지배할 차세대 리더입니다!"라는 강사들의 목소리에 온몸에 도는 도파민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성공한 삶을 위한 완벽한 리허설처럼 느껴졌다.

H사라는 거대한 왕국이 우리를 위해 무도회를 열어준 것 같았다.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기업 H사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최고의 명예이자 완벽한 성공의 증명이었다.


우리는 잔을 부딪치며 웃었다.

머지않아 이 거대한 시스템을 주무를 새로운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굳게 착각했다.

나는 마침내 내가 있어야 할 곳, 세상의 꼭대기에 섰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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