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대기업 H사 입사는 단순한 취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학 시절부터 품어온 궁극적인 갈증이자 목표였고, 내 삶의 유일한 구원, 사회가 공인하는 완벽한 정답지 그 자체였다.
나는 선천적으로 지독한 합리주의자이자 완벽한 이상주의자였다.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상황을 참지 못하는 성격은,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나의 모든 노력과 시간은 오직 이 '정답지'를 획득하는 데만 집중되었다.
취업 준비 기간은 숨 쉬는 것조차 사치인 지옥 같았다.
나는 내면 깊숙한 곳의 불안감을 외면하기 위해 끊임없이 효율을 추구했다.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내가 도태될까 봐 잠시도 멈출 수 없었다.
내 옆의 친구, 스터디원은 언제든 나를 추월할 수 있는 잠재적 적이었다.
그 불안과 갈망 때문에, 나는 현직자 선배와 친구들에게 밤낮없이 전화해 매달렸다.
"어떤 키워드를 써야 인사팀 눈에 띌까요?", "직무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나의 잠재력을 포장해야 하나요?" 간절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밥 대신 물을 마시며 버티던 날들이었다.
그 치열했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1단계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수천 명을 제친 셈이었다.
2단계 인적성 시험, 3단계 1차 실무 면접, 4단계 최종 임원 면접, 그리고 합격을 코앞에 둔 신체검사까지.
발표일마다 겪었던 정신적인 소모는 군대 훈련보다도 혹독했다.
나는 이 모든 단계를 통과하는 과정 자체가 내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완벽한 인재임을, 그리고 마침내 이 사회가 나를 인정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의식이라 여겼다.
그중 가장 드라마틱했던 순간은 인적성 합격 발표 날이었다.
발표 당일, 나는 노트북 앞에서 손을 씻고 기도하듯 손을 떨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발표 시간이 되자, H사 채용 사이트에는 동시 접속자 수가 7,485명이라는 안내가 떴다.
화면이 먹통이 되어 접속이 지연될 때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수십 번의 새로고침 끝에 마침내 뜬 '합격' 두 글자. 80대 1이 넘는다는 소문이 돌던 그 지옥문 하나를 간신히 통과했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쏟아냈다.
그날 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벽한 밤잠을 잤다.
그리고 마침내, 몇 주간의 피를 말리는 기다림과 면접 지옥을 겪은 끝에 최종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 날 아침, H사 로고가 찍힌 신입사원 축하 꽃다발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현관에서 그 꽃을 받아 든 어머니는 나보다 더 기뻐하며 조용히 우셨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했던 부모님에게 이 꽃다발은 아들의 성공, 아니 우리 가족이 이 험난한 세상에서 마침내 승리했음 을 상징했다.
그 간절했던 염원이 현실이 된 순간, 나는 비로소 세상의 가장 높은 곳, 최고 엘리트의 자리에 섰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