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에세이
주말 나들이 후 쓰는 해적글입니다.
한로로의 입춘을 같이 들어보는 건 어때요?
날씨가 다시 추워진 걸 보니.
봄이 오려나보다.
몇 개월 동안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딜 가지 못했다.
정들었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건,
글에 전념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핑계였다.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배부른 소리인 걸 잘 알지만, 주말은 주말만의 매력이 있다.
막상 주말에 시간이 생기니 이곳저곳 둘러보지 않았다.
당시 난 준비하던 장편 소설 원고가 있었고
집돌이 성향이 더해져 어딜 나가지 않았다.
일이 생기면 평일이고 주말이고 상관하지 않고 나갔지만,
주말에 시간이 남는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하려 했던 주말 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나와의 약속 따위는 쉽게 저버리는 남자다.
이대로 집에 처박혀서 글만 쓰다 보니 내 세상이 좁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써 짐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최근 들어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진 않는다.
넣어 두었던 패딩을 꺼내 입고
새로 산 신발을 꺼내 신고 주말을 즐기러 나갔다.
어딜 가나 사람들로 가득했고, 평일에는 볼 수 없었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카페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글을 써 본다.
썼던 소설을 꺼내 다시 다듬으며 작은 모니터 안 세상과 씨름하다 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린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외국인은 다 먹은 티팟을 앞에 두고서 수첩에 무언가를 휘갈겨 쓰고 있다.
다시 시선을 돌린다.
유독 카페 안에 커플들이 눈에 띈다.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대며 사랑을 확인한다.
주고받은 선물을 확인하기도 하고,
마주 보며 소소한 대화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 걸 보니 봄이 오려나보다.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사람처럼,
카페 안에 변화를 유심히 훑어본다.
덩치가 큰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괜히 신경을 긁지 않으려 눈을 피한다.
사람을 관찰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사람의 행동에는 관계가 묻어난다.
관계를 보다 보면 내면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것은 몸짓과 눈빛으로 드러난다.
그들을 관찰하다 보면 글감이 내 내면에 자리 잡는다.
언젠가 내 글에 녹아들겠지.
주변을 조용히 관찰하는 날 관찰한다.
난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다.
관찰하고 의미를 찾고 상징을 만들고 이유를 가져다 댄다.
내가 본 이미지를 기억에 남긴다.
내 마음의 사진첩에는 수많은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다.
예민한 덕분에 사진첩이 풍부하다.
어딜 가나 내 눈앞에는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때로는 그것이 다큐멘터리일 때도 있고, 사회 고발형 르포 일 때도 있다.
난 조용히 그 모습을 마음에 담아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눈에 담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도
괴로운 사건의 이미지를 마음에 담아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도
다 감사할 일이다.
혼자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봄 냄새가 스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난 느낄 수 있다.
봄이 곧 오리라.
이전에 왔던 그 봄이 아니라,
지금껏 마주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봄이 오리라.
날씨가 다시 추워진 걸 보니.
봄이 오려나보다.
봄이 오기 전 당신의 얼굴에도
그리고 내 얼굴에도 미소가 먼저 번지길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