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에세이
백경 에세이 정식 연재글이 아닌 해적글입니다.
문득 쓰고 싶은 글이 생각나면 해적처럼 등장해서 글 올려요.
요즘 저는요.
종종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곤 해요.
갈림길에 서 있다는 생각 해요.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가 있어요.
장 폴 사르트르.
그는 이런 말을 한 걸로 잘 알려져 있죠.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철학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 저 혼자 신나서 철학 얘기를 할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정됐지만, 그는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거기에는 정치적 신념과 사회적인 원인이 있었죠.
자신의 철학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그의 모습에
진정한 철학자란 저런 것일까 하고 동경했습니다.
물론 이 사건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그의 철학을 처음 접했을 때 제게는 충격적이었으니까 좋아했던 겁니다.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이 떠 오릅니다.
상황이 떠 오릅니다.
어느 날의 기억이 떠 오릅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현실로 돌아왔을 땐,
여전히 한 가지 선택을 한 저만 남아 있습니다.
한동안 좋아하던 유튜브도 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나오고 대화하는 것을 보기 싫었어요.
대신 온종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한 가지 노래만 들었습니다.
한 노래를 몇 백 번 듣다가,
또 다른 가수의 한 노래를 몇 백 번 듣기를 반복했습니다.
지난 몇 주간 그랬어요.
이번 주는 한로로 노래를 듣는데요.
그러나 문득 <갈림길>이라는 노래가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자고 있는 이 새벽에
나의 꿈을 띄워 보내면
그 누구보다 멋진 어른 되려나요
아 그렇지만 내게 가야 하는 선택은 무서워요
붉은 책임은 더 그래요
넌
나의 빛
비
쉽게 잘 깨지는 접시 같아.
함께 사는 동생에게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예요.
전 멘탈이 참 약해요.
거의 개복치 수준이에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그가 그런 말을 했어요.
그리고 그는 제게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했어요.
쉽게 잘 깨지는 접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자신의 약함을 과하게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서가 아닐까요.
전 어떤 선택을 한 다음,
오랫동안 미련을 가져요.
그리고
어떤 선택들은
원하지도 않는데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이 되어 절 괴롭히기도 해요.
그래서 선택에 늘 신중하려고 하지만,
하나의 시간선에 사는 제겐
단 한 번의 선택 밖에 주어지지 않으니
후회와 미련은 끊을 수 없겠죠.
갈림길에 서 있는 저는.
또다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인생 처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 그 일을 해내려면
몇 개월이나 남았지만.
미리 여러분에게 스포 하는 중이에요.
나중에 그 일이 벌어지면,
아, 그래서 이런 말을 했구나.
할 것 같아요.
남들이 많이 가지 않아
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그곳을 가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 중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중
갈림길에 서 있는 분이 계시다면.
신중하게 생각하되,
부지런히 움직이는 건 어때요?
후회가 남는 선택일 수도,
미련이 남는 선택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너무 오래 울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날 다시 걸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