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였던 너와 나

백경 에세이

by 백경


백경 에세이 본편이 아닌 해적글입니다.




유독 한국인이 좋아하는 단어.

우리.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 동네.


날 때부터 우리로 묶인 관계가 있다.

선택으로 우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관계도 있다.


관계.

참 아름다운 말이다.

독립적인 존재가 또 다른 독립적인 존재와 이어지는 일 말이다.

별 것도 아닌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말이다.


3월 10일.

오늘은 내게 특별한 날이 아니다.

평소처럼 글을 쓰고 할 일을 하면 되는 평범한 하루다.

누군가에게는 오늘이 특별한 날일 테다.

가령 생일이라든지, 기념일이라든지.

하나의 독립된 존재는 다른 존재에게 이 평범한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들어준다.


최근 환승연애를 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보기 시작한 만큼 열심히 챙겨보는 중이다.


연인이었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관계 혹은 이전 관계의 회복을 관찰하는 프로그램.

환승연애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저마다 이별의 이유는 달랐지만,

그들의 농축된 시간 안에서 어긋난 것들을 훑어본다.

그들의 시간을 잠시 엿보게 되면 공감가기도 하면서,

마음이 아려오기도 한다.


헤어진 지 오래된 연인도 서로의 안녕을 바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틈을 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냉정해 보일 때도 있고, 여론이 안 좋기도 하다.


두 사람의 시간을 훗날 전해 들은 입장에서 몰입해서 보기도 하지만,

각자의 주관이 개입하며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환승연애를 재미있게 소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별을 해서 각자의 삶을 살았고, 아무 상관없을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그들의 마음에 변화가 일렁인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문득 지금은 도달할 수 없는 시간을 엿볼 때가 있다.

더 이상 연락할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그리워하는 건 그들일까.

그들과 함께 한 나였을까.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폰을 들여다보고 흐뭇하게 웃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언가 토도독 적어서 보낸다.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거라 짐작한다.

저 사람은 오늘 특별한 날일까.


365일 모두 평범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365일 모두 특별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싶다.


금요일 연재